"①미국과 동맹 유지하면서 ②중국과 소통할 수 있는 복합 전략 만들어야"

입력
2022.1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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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대립 상황서 한국 외교의 방향성 놓고 토론
미국과 관계 회복...치밀한 대중 전략 설계해야
제재·평화 등 '비빔밥식' 대북 정책 세워야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 전략적 동반자인 중국과 소통해서 한반도 비핵·평화에 방해받는 상황은 되지 않게 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위성락 전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7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미중 대립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의 집중 토론에 참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통해 약점이 드러나고 무역도 역조가 되는 상황까지 왔는데도 중국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정책을 세우는 일을 미루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중 전략 부재를 지적했다.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고 있어 '약한 고리'로 불리는데, 중국은 그런 한국을 상대로 30년 동안 한결같이 치밀한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임기응변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지애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아 '소용돌이 속 세계, 격랑의 한반도, 한국의 선택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에는 위 전 본부장뿐 아니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그리고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참여해 한국 외교 정책의 방향성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미중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가 장기적이고 한결같은 외교·대북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이 약세로 점쳐졌던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대등한 결과를 만들어 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때문에 두 지도자는 각각 자국 내 지지 기반을 탄탄하게 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포위하는 견제 정책을 지속하고, 중국은 외부 간섭을 공격으로 간주하고 상대방을 늑대처럼 물어뜯는 '전랑'(戰狼) 외교를 더 세게 밀어붙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美 중간선거 결과와 대중 정책은 별개


남성욱 교수는 "미국의 대외 정책은 중간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중국 때리기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중국을 때리는데 있어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차이는 종이 한 장 도 안 된다"고 말했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디를 선택할 것이냐는 미국 국내 정책에 대한 판정이지 중국을 견제하는 대외 정책에 있어서는 양당이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김병연 교수는 "중국의 목표는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대국이 되는 것인데 타이밍(시기)과 하우(어떻게)가 문제"라며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과 비교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5년 안에 대만 침공 같은 무력 동원을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이 지금 같은 대치 상태로 적어도 5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렇게 미중 갈등이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 속에서 토론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가 동맹인 미국과 관계 복원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중국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외교 정책은 아직 미완성이라고 지적했다.

위 전 본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해외 순방 과정에서 밝힌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의 공동 성명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에서 대외 정책의 큰 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강한 대북 정책과 미국과 동맹을 크게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이번에 좀 더 정교하게 구체화했다"면서도 "다만 러시아, 북한, 중국의 반작용이 새로운 과제를 초래했고 한중정상회담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김병연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의 '인태 전략' 발표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배려가 드러났지만 중국, 미국 말고도 다른 지역도 감안해서 전략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나 '포용적인 질서' 같은 표현에서 중국을 지칭하지 않고 배려한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이라는) 틀 속에 갇힐 수 있으니 인도·태평양뿐 아니라 호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도 전략적 관계를 다양하게 맺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학습효과 토대로 대북 정책 세워야


최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미사일을 쏘는 등 도발을 반복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복합적인 대책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김 교수는 햇볕정책이나 보수 정권의 강경 정책 등 다양한 대북 정책을 펼치면서 학습한 걸 바탕으로 복합적인 대북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재·북한의 경제발전·평화체제·억지 등을 다 묶어서 비빔밥 식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며 "더불어 언제,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복합적인, 순차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화책이나 강경책 등 일방적 정책만으로 현재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기 어렵다는 취지다.

남 교수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바뀌는 대북 정책이 북한을 혼란스럽게 한 만큼 장기적으로 대북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대통령 중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 5년이 전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기간이 되겠느냐"라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위해 정치권에서 대승적 결단을 내려서 정치 개혁을 통해서 한반도 외교·남북 관계를 개선하기를 기원한다"고 제안했다.




안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