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경호처장이 대통령 경호 업무에 투입된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 경호 인력에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 추진에 나선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군사정권 시절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활"이라며 반발했다.
경호처는 최근 경호처장에게 대통령 경호 활동을 하는 군·경 인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보장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냈다. 대통령 경호 업무는 경호처 직속 인력뿐만 아니라, 군과 경찰이 각각 1,000명 넘는 인력을 보내 지원하고 있다. 효율적 경호를 위해 군·경 지원 인력도 경호처장이 지휘·감독하겠다는 것이 개정 취지다.
그러나 이는 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 또 하나의 시행령 통치라는 것이 민주당 주장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경호처의 군·경 직접 지휘권은 1963년 경호법 제정 이래 군사독재를 포함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김 의장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행정안전부 경찰국, 검찰수사권 확대(검수원복)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네 번째 시행령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군·경 역시 시행령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국방부와 경찰청 의견서를 공개했다. 경찰청은 "경호법 15조는 경호처장의 (군·경 등에 대한) 협조 요청 권한만 규정하고 있어 관계기관 공무원의 지휘·감독 권한까지 처장에게 위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행정청의 권한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행정권한 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국방부 역시 “경호처장은 국군조직법상 국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은 없다”며 “지휘·감독권 대신 ‘경호활동에 대해 현장 지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차지철 경호실장의 부활”이라고 주장했다.
경호처는 군·경에 대한 지휘·감독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어서 시행령 개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5일 낸 입장문에서 경호처는 “기존에도 경호처는 경호활동 과정에서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군·경 등 관계기관의 경호활동을 지휘·감독해 왔다”며 “다만 내부 지침 등의 형식으로 규정돼 있던 내용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내달 19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정부가 원안 의결을 강행할 경우, 법에 어긋난 시행령을 제한할 수 있는 국회법 절차 등을 밟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