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미룬 이재용, 해외 출장 후 달려온 정의선...롯데호텔 앞은 긴장감 넘쳤다

입력
2022.11.1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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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 만나기 위해 총출동
5G, 건설, 에너지, 문화 등 사업 협력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 우리 경제를 이끄는 재계 총수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모였다.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서다. 빈 살만 왕세자의 짧은 방한 일정 때문에 이날 만남은 그가 머무는 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부터 롯데호텔 주변 경계는 극도로 삼엄했다. 추정 재산만 2조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고 부자인 빈 살만 왕세자와 재계 총수들 간의 만남 중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을 비롯해 빈 살만 왕세자 측의 경호 인력 및 롯데호텔 보안 관계자가 대거 투입됐다. 왕세자가 머무는 롯데호텔 신관 출입구 밖에는 큰 가림막이 설치됐으며, 입구 안쪽에서는 폭발물을 감지하기 위해 공항에서 사용하는 보안 검색대까지 놓였다. 총기를 소지한 경비 요원도 포진됐다. 이날 오후 롯데호텔 신관은 일반인뿐 아니라 취재진의 출입도 엄격히 제한됐다.

이재용 회장은 당초 삼성물산 합병 의혹 공판으로 이날 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16일 오후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최태원 회장과 함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린 인도네시아에 3박 4일 일정으로 출장을 갔던 정의선 회장은 16일 밤 귀국해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이번 회동을 맞았다. 이재현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은 뒤늦게 빈 살만과의 자리에 초청을 받으면서 기존 일정을 조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 롯데호텔 신관 출입구에 도착한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호텔 15층으로 올라갔다. 이들은 두시간 가까이 빈 살만 왕세자와 차담회를 가지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관련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담회를 마치고 나온 정기선 사장은 "우리가 오랫동안 같이 여러 사업을 같이 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미래 사업을 같이 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머지 기업인들은 별다른 말 없이 자리를 떠났다.

한편 이번 차담회에 재계 순위 5대 그룹 중 LG와 롯데가 빠져 재계의 관심이 모인다. 2019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구광모 LG 회장과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과 함께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왕세자와 회동한 바 있다. 특히 신 회장의 경우 빈 살만 왕세자가 롯데호텔에 머무는 만큼 총수가 직접 환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관계자는 "왕세자 방한 관련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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