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과하게 미국과 밀착하는 것 아니냐, 우리 입장에서 바람직하냐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하는가?"
김양희 대구대 교수가 17일 한국일보·코리아타임스 주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던진 질문이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합류부터 최근 한미일 정상회담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전선에 동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렇다면 중국과는 완전히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나. 이분법적으로 보는 게 맞는 건가"라는 게 김 교수의 문제의식이다.
김 교수는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장과 대통령 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을 지낸 경제전문가다. 이날은 '미중 경제전쟁, 한국경제와 기업의 생존전략은'이라는 주제 토론의 사회자로 무대에 올랐다.
토론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와 안세현 서울시립대 교수의 해답은 갈렸다. 안 전무는 카이스트 나노종합기술원 등을 거친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고, 안 교수는 중국국제문제연구원 고문을 지낸 에너지 안보전문가다.
안 교수는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나친 경제적 의존은 정치적 종속을 부른다"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캄보디아, 라오스처럼 된다"고 경계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관료들조차 비관적으로 볼만큼 중국이 경제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도 의존도를 관리해야할 이유다.
그가 중국과 거리두기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과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사우디아라비아와 포괄적 경제안보 구축이다. 그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기회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관계만 잘 유지해도 경제안보의 25%는 먹고 들어간다"고 자신했다.
안 전무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중국은 반도체시장으로서, 미국은 반도체 제조시설 구축 때 첨단 장비를 제공하는 생산 파트너로서 "모두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평소 '누구를 선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런 질문은 안 했으면 좋겠고, 누굴 멀리 하라고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잘랐다.
김 교수도 "품목별로 입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생각을 보탰다. 그는 "군용으로도 쓰여 우리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면 불가피하게 중국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부분은 전면적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경제·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고 한다. 안 전무는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생존 전략으로 '기술'을 강조했다. 반도체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을 들며 "세계 최고 기술, 특히 미국이 지정한 산업에서의 최고 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협력국 여부가 결정되는 시대"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 외에도 미국과 에너지 안보동맹,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 안보동맹)와 경제동맹 구축을 제시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러시아와 경제·안보 협력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전략이든 통하려면 결국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두 사람의 의견이 모였다. 김 교수는 다만 "경제안보를 너무 과하게 강조하는 것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굳이 차단시키는 것"이라며 "경제안보란 용어의 오남용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