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건강은 간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당신의 건강이 위태로우면 아무리 노력해도 환자를 도와줄 수 없다. 오히려 요양병원에 모신 후 다시 환자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과 치매를 연구하는 네덜란드 임상심리학자 휘프 바위선의 말이다. 바위선 자신도 차례로 치매를 겪은 외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를 40년간 돌봤다. 치매 환자 가족으로서의 경험, 30년간 치매를 연구한 결과물을 '치매의 모든 것'에 꾹꾹 눌러 담았다.
치매 환자가 겪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고립이다. 친구, 지인, 가족들이 하나둘 환자를 떠나간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 모두 막막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심장은 치매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열쇠다. 자존감과 정체성, 가치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구, 안전과 존중에 대한 갈망 등은 마지막까지 온존한다. “치매에 걸려도 잃지 않는 것”에 주목하면 소통의 문을 활짝 열 수 있다.
경험에서 우러나는 조언이 묵직한 감동을 준다. “치매 환자의 가족이라면 다들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데.’ 하지만 환자도 우리와 같다. 어제 행복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생은 지금 여기서 일어나며, 이 순간 치매 환자가 행복하다면 그의 삶이 한 뼘 더 가치 있어진다. 더불어 당신의 삶도 한 뼘 더 가치 있어진다.”
아는 것이 힘이다. 저자는 치매의 조기 신호와 진행 과정, 환자와 소통하는 법을 상세하게 풀어놨다. “자신의 실수와 부족함을 용서하라” “죽는 날까지 지켜 주겠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마라” 등 진솔한 조언도 가득하다. 마지막 메시지는 '희망'. "간병도 행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선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였다.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싶은 가족과 이웃, 사회가 읽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