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예정)자 2,46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응답자 65.8%는 사실상 구직을 단념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응답 비중은 16.0%에 불과했다. 구직을 단념한 대학 졸업(예정)자들은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로 분류되었거나 앞으로 분류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니트란 15~29세 중 고용상태에 있는 것도, 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상태에 있는 청년을 말한다.
한국의 니트 비율은 OECD 국가 가운데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와 함께 높은 수준이다. 실업니트 비율은 낮고 비경제활동 니트 비율은 높다. 취업준비·구직형 니트 가운데 외국은 고졸자가 다수이지만 한국은 대졸자 비율이 높다. 니트 상태에 장기간 머무는 장기니트의 비율도 높다. 졸업 후 취직에 소요되는 평균 기간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청년고용 문제에 접근할 때 발터(Andreas Walther)가 제시한 청년이행체제(youth transition regime)의 개념이 흔히 사용된다. 이행체제라는 개념을 사용한 것은 이행의 성격과 성과가 체제별로, 즉 △북구의 사민주의 국가들 △독일 프랑스 등 유럽대륙의 국가들 △영국 등 자유주의 국가들 △남부유럽의 국가들 사이에 큰 차이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청년이행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제도들은 직업교육훈련제도(VET)와 대학교육제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LMP), 노동시장규제, 가족제도 등이다. 이들 제도와 거시경제적 조건, 구직자의 수, 정부의 청년고용정책이 상호작용하여 이행의 속도와 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 VET와 대학교육의 성격을 보면, 일반교육이 주이고 VET의 낮은 지위, VET와 노동시장 간 느슨한 관계, 전문화가 부족한 대학 교육이 특징이다. ALMP의 특성으로는 직접일자리와 고용보조금 위주, 충분한 직업훈련보다 당장의 취업 중시(workfare)를 꼽을 수 있다. 노동시장규제의 성격은 정규직-비정규직 간 해고규제의 정도가 차이 나는 이중의 EPL(고용보호법), 강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거론된다. 또 비정규직이 연금,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제도의 수급자격을 갖기 어려운 사회보장제도의 분절, 가족주의도 거론된다. 이들이 상호작용하여 장기적이고 불확실한 이행, 높은 비정규직 비율, 숙련 미스매치 등의 결과를 만들어낸다. 요컨대 우리나라 '학교-노동시장 이행'의 성과를 요약한다면, 대졸자든 고졸자든 남부유럽과 비슷하게 복잡하고, 더디고, 불안정한 이행으로 정리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은 2008년 이후의 경제위기가 특히 청년에게 부정적 효과를 미친 이후 ALMP 및 PES(고용서비스) 능력의 강화, 청년고용정책 거버넌스와 전달체계의 분권화와 로컬화 등을 모색했다. 또 니트 정책의 표적화, VET 및 도제제도의 개혁, EPL 개혁 등을 추진해왔다. 이 개혁을 통해서 전통적 청년 이행체제를 수정하여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나라들도 있다.
물가상승과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가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는 조사결과가 며칠 전 나왔다. 이들을 위해서라도 청년 이행체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제도들을 재구성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