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억 아파트를 21억 원에 팔다니...' 수상한 직거래 조사

입력
2022.11.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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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작년 1월~내년 6월 신고분 조사
타 지역 중개사 통한 이상거래 포함
아파트 직거래 비중 17.8%로 최고점

#1. 아버지가 시세 31억 원의 아파트를 아들에게 22억 원에 직거래 매도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서 선금 1억 원을 받고 아들과 임대보증금 21억 원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선금 1억 원도 돌려줬다.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할 때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를 피하고, 양도세 산정 시 시세 31억 원을 적용받지 않기 위한 시도로 의심된다.

#2. 법인 대표가 시세 24억 원 아파트를 법인으로부터 시세보다 8억 원 낮은 16억 원에 직거래 매수했다. 정부는 소득세 탈루를 의심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전국 아파트를 대상으로 너무 높거나 낮게 직거래되는 이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에 착수하겠다고 17일 밝혔다.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지는 부동산 거래행위 중 편법증여, 명의신탁 등이 의심되는 불법 거래행위를 단속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는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지난해 1월부터 내년 6월 신고분까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내년 10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시행되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위법 의심행위에 대해 국세청과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중개거래도 해당 지역에 있지 않은 중개사무소를 통해 과도하게 높거나 낮게 계약할 경우 조사대상에 포함된다.

9월 전국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17.8%(3,306건)로 최고점을 찍었다. 서울은 124건으로 17.4%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거래 중 직거래 비율은 지난해 3월 10.7%에서 12월 16.4%까지 올랐다.

남영우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거래 침체 속에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이 우려돼 이번 조사를 통해 투명한 거래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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