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소방공무원 노동조합이 14일 이 장관을 직무유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특수본에 고발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그간 특수본이 경찰, 소방 등 현장 하위직만 맴돌며 핵심 윗선으로 조사를 확대하지 않는다는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마지못해 ‘보여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여전히 크다.
앞서 특수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따라 이 장관에 대한 고발 건을 공수처에 통보했다. 공수처가 수사를 넘겨받겠다고 할 때까지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 장관에게 경찰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 이번 참사와 관련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특수본은 14, 15일 행안부와 서울시 직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특수본이 뒤늦게 이 장관 수사를 공식화하긴 했지만, 앞으로 얼마나 윗선 수사 강도를 높일지는 알 수 없다. 이 장관이 피의자 신분이 된 건 특수본의 ‘의지’가 아니라 고발장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향후 수사 주체를 놓고 특수본과 공수처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면서 시간만 더 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순방 출국·귀국길에 마중 나온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악수하며 “고생 많았다”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수사에 적잖은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덕수 국무총리 등으로까지 책임론이 번질 것을 우려해 여권에선 이 장관 경질론이 잦아드는 모양새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과 소방, 행안부와 지자체,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등 국가 재난안전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로 빚어진 비극이다. ‘꼬리 자르기’식 수사, 책임 떠넘기기, 정권 눈치보기는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다. 특수본은 경찰의 명운을 걸고 책임 있는 곳에 빠짐없이 칼끝을 겨눠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