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에 죽음 당하네"... 일본 민심, 방위비 증대 위한 증세에 '폭발'

입력
2022.11.16 17:10
방위비 5년 내 2배... 재원 마련 증세 불가피
전방위 증세 검토에 분노한 민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각종 정책을 내놓아도 지지율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다. 이달 발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은 30%대였다. 온라인 민심은 더 흉흉하다. 트위터에선 ‘기시다에 죽음 당한다(#岸田に殺される)’라는 해시태그가 유행 중이다. 기시다 총리의 실정으로 국민이 죽는다는 뜻이다. 트위터 검색창에 ‘기시다’를 입력하면 ‘죽어라’ ‘관둬라’ ‘암살’ 같은 단어가 자동완성 단어로 따라온다.

이런 강렬한 증오의 감정은 어디서 왔을까. 일본 언론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이후 집권 자민당과 통일교의 유착 관계가 드러났는데도 기시다 총리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꼽는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증세도 기름을 부었다. ‘기시다에 죽음 당한다’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 중에는 증세 정책과 정부의 세금 낭비를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일본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에 차관을 지원한다는 보도에 “국민이 굶주리는데 선진국 기분 내는 건 그만두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민심이 흉흉하다.


"방위비 2배 늘리려면 15% 증세 필요" 추산

일본은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였던 방위비를 5년 안에 2%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금액은 연간 약 5조 엔(47조3,600억 원). 국채 발행 대신 세금 징수로 조달하려면 총 15%의 증세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달 9일 스즈키 슌이치 재무장관은 방위력 강화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국채에 의존하지 않고 항구적인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무성은 “폭넓은 세목에 걸쳐 국민이 부담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혀 전방위 증세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주행거리세-사회보험료 인상... 줄줄이 증세

일본 정부는 중의원·참의원 선거가 없는 내년 이후 ‘황금의 3년’ 동안 재정 건전성을 강화할 방책을 궁리 중이다. 전기자동차(EV) 보급으로 유류세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EV에 대해 주행거리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국민연금 수령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방안, 고소득 노인의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 노환이나 치매 등의 돌봄 비용 마련을 위한 개호보험(한국의 장기요양보험) 납부액 인상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일본인들이 30년 만에 최악인 물가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아 증세를 견딜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방위비 대폭 증대를 위한 증세를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심도 엇갈리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방위력 강화 찬성 답변은 약 70%에 이르지만, 이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의견도 약 70%에 육박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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