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공장이 밀집한 충북과 강원 6개 시군이 폐기물 반입세를 도입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시멘트 생산 연료로 쓰이는 폐기물에 세금을 부과해 환경 오염으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충북 단양군은 시멘트 주산지인 충북 제천시, 강원 강릉시·동해시·삼척시·영월군과 함께 폐기물 반입세 법률 개정을 위한 행정협의회를 구성키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 6개 시군은 최근 단양에서 두 차례 사전 회의를 하고 공동 연대를 위해 행정협의회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행정협의회는 폐기물 반입세 도입을 위한 용역 발주에 나서기로 했다. 이 용역을 통해 지방세법과 지방재정법 개정 등 가장 효과적인 폐기물 반입세 부과 방안을 찾을 방침이다.
앞서 단양군은 지난 9월 환경부장관 방문 당시 폐기물 반입세 법제화를 공식 건의했다. 이어 김영환 충북지사와 엄태영 국회의원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폐기물 반입세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부연료로 사용하는 각종 폐기물에 세를 부과해 시멘트 공장 지역 주변 환경 개선에 쓰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현재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소각하는 폐기물의 경우 kg당 10원이 부과된다. 이 기준에 맞춰보면, 시멘트 업체에 폐기물 반입세가 부과될 경우 연간 약 900억 원이 지방세 수입으로 잡힌다는 계산이 나온다.
6개 시군은 시멘트 소성로 가동을 위해 반입하는 폐기물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주민 보상 차원에서라도 반입세 부과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체들이 전국 각지에서 반입해 태우는 폐기물은 오니, 폐합성수지, 폐합성고무 등 다양하다. 이 폐기물을 부연료로 사용하는 과정에서 황, 질소화합물, 먼지 등 환경 오염 물질과 분진, 악취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대기 오염을 호소하는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폐기물 반입량은 점점 늘고 있다. 단양지역 시멘트 생산 업체의 폐기물 부연료 사용량은 지난 18년 동안 16만 톤에서 140톤으로 8.6배나 증가했다.
환경부는 시멘트 공장의 폐기물 부연료 사용 비율을 현재의 20%에서 60%까지 확대할 방침이어서 폐기물 반입이 더 증가하고, 이에 따라 환경 오염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폐기물 반입세는 6개 시군이 시멘트지역자원시설세(시멘트세) 입법을 추진하다 벽에 부딪치자 우회 전략으로 찾은 대안이다.
시멘트 공장 밀집지역 지자체들은 “시멘트 생산 업체가 발생시킨 환경 오염을 가장 정당한 방법인 과세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시멘트세 입법을 오래 전부터 추진해 왔다.
시멘트를 생산하는 업체에 생산량에 따라 일정액의 지방세를 부과(톤당 1,000원)해 주민 피해 회복 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게 입법 취지다.
시멘트세 입법안은 19, 20, 21대 국회에서 연속 발의됐지만, 끝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말 시멘트 업계의 기금 조성안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통해 받아들여지면서 입법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멘트 공장 주변의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세제 개편을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행정협의회를 꾸린 후 중앙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