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맞았네"… 강기정 광주시장 '선거 보은 인사' 논란 도마

입력
2022.11.16 13:30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시 산하 지방 공기업인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자신의 선거 캠프 출신인 조모(61)씨를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6일, 광주시와 광주도시철도공사 안팎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지난달부터 진행된 사장 공모 과정에서부터 "강 시장이 조씨를 사장으로 찍었다"는 얘기가 돌았던 터라, 일각에선 "별로 놀랍지 않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 시장 취임 이후 이어지는 '선거 보은 인사' 논란을 꼬집은 것이다.

강 시장은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를 지낸 조씨를 제8대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 전날 내정했다. 이에 따라 광주광역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다음 달 7일 조씨를 상대로 인사청문회를 열어 조씨의 능력과 도덕성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강 시장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경과보고서를 받아본 뒤 최종 임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지만, 조씨가 결국 사장에 낙점될 것이란 데에 토를 다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조씨가 6·1 지방선거 당시 강 시장 후보 선거 캠프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사로 알려진 데다, 최근 강 시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광주시 산하 공공기관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실제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과 광주여성재단 대표, 광주환경공단 이사장 자리가 강 시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광주시의 한 출연기관 직원은 "같은 일이 자주 반복되다 보면 다음 일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강 시장이 '내 식구 챙기기'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조씨를 낙점했지만, 조씨를 둘러싼 자격 시비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과연 조씨가 도시철도공사를 이끌 만큼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이 많아서다. 이에 광주시는 "조씨가 시민사회 활동과 민간기업, 정부 공기업에서 근무하면서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해 기업 경영 역량과 현안 해결 능력을 겸비했다"며 "특히 도시철도공사가 직면한 무결점 안전 운행에 대한 문제, 적자 감소 대책 등 현안들을 타개할 적임자"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시선을 싸늘하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은 당장 "철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비전문가이자 철도 관련 경영 경험도 전무한 인사를 선거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사장에 낙점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특히 "인물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전문성, 도덕성, 혁신성, 리더십을 본다는 것인데, 해당 인물에 대한 하마평을 살펴본 결과 정치권에 오래 있었다는 것 외에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으로서 자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특별히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강 시장이 그간 "훌륭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인사 원칙을 강조해 왔는데, 조씨 내정이 이와 부합하냐는 것이다. 광주경실련은 앞서 8일 조씨에 대한 사전 내정설과 관련, 성명을 내어 "강 시장이 인사청문 대상자의 경우 인물 중심으로 특별히 준비를 잘하겠다고 말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사전 낙점설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향후 관심은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조씨의 전문성과 도덕성, 혁신성, 리더십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느냐로 쏠리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시장 당선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보은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지상정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도를 지나치면 안 된다"며 "광주시의회가 조씨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하는지를 보면 이다음 강 시장과 광주시의회가 어떤 관계를 유지해 나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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