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예능 전성시대가 열린 가운데 많은 이들이 품게 된 의문이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리액션을 보여주는 MC들보다 VCR 속 청춘 남녀들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해왔다. 설렘 가득한 데이트 현장이 공개되다가 중간중간 나오는 MC들의 존재가 흐름을 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분의 연애 예능에는 MC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ENA 플레이·SBS 플러스 '나는 솔로'에서는 데프콘 송해나 이이경이 VCR을 보고 대화를 나눠왔다. IHQ '에덴2' 진행자로는 이홍기 윤보미 시미즈가, JTBC '결혼에 진심' MC로는 성시경 안현모 이진혁 유정이 나섰다. 최근 큰 인기 속에 막을 내린 티빙 '환승연애2'에서는 사이먼 도미닉과 이용진 김예원 유라 뱀뱀이 활약했다.
유명한 스타들의 등장은 프로그램에 친숙함을 더했다. 때때로 이들의 입담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연애 예능 MC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 시청자들도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재미없는 리액션이 VCR 속 이야기에 대한 몰입을 깨뜨린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애 예능 속 패널들의 리액션과 관련해 "집중이 안 되고 싫다"는 글이 올라왔다.
물론 MC가 없는 파격적인 포맷의 연애 리얼리티도 있었다. 올해 웨이브가 선보인 '남의 연애'다. 내레이션과 자막이 존재했지만 의견을 덧붙이는 진행자들은 없었다. 시청자들은 사랑을 찾아 나선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주목할 수 있었다. 남자들의 로맨스를 그린 '남의 연애'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OTT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 결과 8월 4주차 비드라마 부문 3위를 기록해 시선을 모았다.
스타가 자신이 출연해야 하는 이유를 확실하게 증명한 경우도 있었다. '나는 솔로'의 데프콘이 대표적이다. 데프콘은 한 솔로남이 솔로녀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작작해라. 쉴드 쳐주기 어렵다"고 말하는 등 직설적인 발언으로 웃음을 안겼다. 시청자들은 데프콘의 통쾌함을 안긴 이야기들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웨이브 '메리퀴어'는 짝짓기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커플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이 프로그램은 다양성(性) 커플들의 도전기를 담았다. MC로 나선 홍석천은 커밍아웃 1호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커밍아웃을 했던 입장에서 VCR을 보고 자신의 경험담을 꺼냈다. 출연자들과 비슷한 입장에서 그들에게 공감한 홍석천의 솔직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시선을 모았다.
물론 모두가 데프콘 같은 솔직함을 자랑하거나 홍석천 같은 상징성을 지닐 수는 없다. MC 없는 포맷을 선택한 연애 예능이 '남의 연애'처럼 좋은 반응을 얻어낸다는 보장도 없다. 프로그램에 다채로움을 더하기에도 MC들이 있는 쪽이 유리하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본지에 "토크와 리액션 없이 VCR만 보여주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MC를 완전히 빼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프로그램 측에는 이들의 리액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는 일이 중요하다. 하 대중문화평론가는 "MC들의 리액션이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는 수준으로 과하게 나오면 프로그램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찰 영상과 스튜디오 토크가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하는 게 제작진의 역량이다"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