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등 금융회사와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안 마련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산분리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금융사 부수 업무와 자회사 출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내년 초 구체적 윤곽이 정해지게 된다.
15일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금산분리와 업무위탁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존 산업 간 경계가 빠르게 흐려지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도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단, 금융안정을 위해 산업자본이 은행 주식을 4%(의결권 미행사 시 10%) 이상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당국은 크게 세 가지 안을 놓고 고심 중이다. ①우선 ‘포지티브 규제’를 유지하며 허용 목록을 추가, 보완하는 방식이 제시됐다. 지금처럼 금융사에 허용된 부수업무와 자회사 출자 가능 업종을 열거하되, 허용 범위를 더욱 넓히고 이외 사업의 영위는 금지하는 식이다. 감독규정 개정과 유권해석으로 신속히 추진할 수 있지만, 새로운 업종을 추가할 때 법령의 위임 범위에 해당하는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②‘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다. 금융사에 상품 제조 등 금지하는 업무를 열거하고 그 외 모든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는 방식으로, 포지티브 확대보다 규제 완화 효과가 크다. 여기에 자회사 출자한도와 같은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리스크를 통제한다는 계획이다. 포지티브 규제보다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데, 법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마지막은 ③자회사 출자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금융사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규제를 유지해 보수적으로 확대하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금융사 본사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금융위는 세 가지 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구체적 방안을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상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금융사가 제3의 회사에 자신의 업무를 맡기는 ‘업무위탁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은 자본시장법을 적용받아 본질적 업무 위탁이 허용되는 반면, ‘금융기관의 업무이탁 등에 관한 규정(업무위탁규정)’을 적용받는 은행, 보험사 등은 금지돼 규제 형평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ㆍ일원화할지 여부,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등을 검토해 마찬가지로 내년 초까지 구체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