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콕 집어 착착 정리... 아마존 새 로봇에 75만 노동자가 떨고 있다

입력
2022.11.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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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질감 구별하는 스패로우 도입
일자리 감소·노동자 부상 위험 논란


세계적인 '유통 공룡' 아마존이 '사람처럼 개별 물건을 선별할 줄 아는 로봇'을 물류창고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미국 노동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로봇이 인간 근로자의 일을 도와주는 것뿐이라 강조하지만,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고 급기야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아마존에 따르면, 아마존은 물류창고에서 물건을 옮기는 용도로 쓰이는 스패로우(Sparrow)라는 이름의 로봇을 내놓았다. 거대한 팔 형태의 스패로우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물건의 크기와 질감을 감지한 뒤, 물건을 흡착판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단단히 집어 상자에 담을 수 있다. 현재 일부 아마존 창고에서 쓰이고 있는 상자 운반 로봇 카디널(Cardinal)보다 훨씬 발전된 것으로, 아마존 전체 재고의 약 65%를 식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스패로우는 개별 물품을 탐지하고, 선별하고, 처리할 수 있는 첫 번째 로봇 시스템"이라고 했다. 아마존은 이 로봇이 물류 운반 과정에서 단순한 반복 작업을 대신하기 때문에 현장 작업자들이 시간과 에너지를 더 중요한 일에 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마존은 2012년 물류 로봇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키바 로보틱스를 7억7,500만 달러(1조230억 원)에 인수한 이후 10년 이상 물류 로봇 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아마존이 연간 다루는 물품은 약 50억 개에 이르는데, 이 중 75%의 배송 과정에 로봇이 최소 한 번 이상 개입되고 있다고 한다.

아마존이 이처럼 로봇 개발에 공들이는 이유는 막대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아마존의 전체 직원은 150만여 명으로, 월마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기업이다. 노동자가 부족한 미래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 테크 전문매체 레코드에 따르면, 미국 내 노동력이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아마존 내부적으로는 2024년부터 현재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로봇의 수준이 발전할수록 결국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아마존은 미국 내 물류창고에만 약 75만 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물품 분류를 담당하는 스패로우와 역할이 겹친다.

"로봇이 노동자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아마존의 설명도 사실과 다르다는 반론이 나온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리빌(Reveal)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로봇과 함께 일하는 노동자들은 사람하고만 일하는 노동자보다 부상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빌은 로봇을 도입하면 노동자의 업무량이 주는 것이 아니라 되레 전보다 개별 작업량이 늘어나고, 노동자 개인별 부상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한 아마존 노동자는 인터뷰에서 시간당 100개 정도였던 물건 처리량이 로봇 도입 이후 400개로 늘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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