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핵공유, 북한의 공격적 핵 위협 막아낼 수 있을까?

입력
2022.11.14 19:00
25면

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 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 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북한의 공격적 핵무력 정책으로 한반도 위기 고조
나토 '핵공유' 방식 참고한 한미의 새로운 핵 합의
확장억제 강화와 대화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 필요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북한의 공격적인 핵무력 정책법 채택과 북한이 주장하는 전술핵 운용훈련이 북한 핵의 위험성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 및 전술 핵전력의 고도화로 인해 북한의 핵 위협이 실존적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 핵 공격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까? 억제란 적에 공격으로 발생하는 손실이 이익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적이 공격을 포기하도록 해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다. 억제는 독자적 본토억제와 동맹 및 파트너에 대한 확장억제가 있다. 핵에 대한 가장 효과적 억제 수단은 핵이다.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는 한 북한 핵에 대한 독자적 억제가 어렵다. 따라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확장억제를 제공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확장억제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nuclear sharing), 핵잠재력(nuclear latency) 확보 그리고 독자 핵 개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와 핵공유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핵잠재력 구축과 독자 핵 개발은 한국이 자주적 억지력을 보유하는 방안이다. 여기서 우리는 희망적 사고와 현실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하는 방안은 거의 미국의 능력과 의지에 달려있다. 미국은 핵 비확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의 독자 핵 개발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최근 핵심 국가안보 문서인 국가안보전략서와 국방전략서를 발표했다. 예전과 달리 국방전략서는 핵태세검토보고서와 미사일방어 검토보고서를 포함하고 있다. 이들 문서에서 미국은 핵전력을 현대화하고 동맹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확장억제력이 능력과 의지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핵 능력 강화 및 확장억제 제공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은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높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미국이 전략서를 발표한 직후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양국은 공동성명 3항에서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하고 구체적 조치들에 합의했다. 양국 장관은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약속했다. 더욱이 양자 확장억제에 관한 협의체가 연합억제체제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한미 양국 합의의 의미는 나토식 핵공유 방안의 초보적 조치를 채택해서 확장억제력을 강화했다는 점이다.

나토식 핵공유의 핵심은 핵 정보를 공유하고 운용계획, 정책결정, 실행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정치적 책임과 작전위험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핵공유는 공동의 능력과 협의체에 의해 작동한다. 미국이 나토에는 전술핵을 전진 배치했으나, 한국에서는 전진 배치 전술핵 대신에 전략자산을 적시에 배치하기로 약속했다. 나토의 핵공유가 무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고 임무, 협의, 부담을 공유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양국은 '한국식' 핵공유의 틀을 구축했다.

확장억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북한의 핵 위협을 완화·제거하기 위한 수단이다. 북한을 상대하는 데 여전히 안보와 평화의 투트랙 접근이 유효하다. 국방부는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더욱 강화하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대화와 외교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힘의 대립보다는 선의의 화해가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석수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