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유니버시아드) 충청권 유치가 확정되면서 지역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그린벨트 등에 발목을 잡혀 지지부진한 대전 서남부스포츠타운을 비롯해 노후한 시설 대개조 작업까지 충청권 곳곳의 체육 인프라가 환골탈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는 이번 하계 유니버시아드 충청권 유치로, 대표적인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인 서남부스포츠타운 건립 사업을 25년 만에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97년부터 준비한 이 사업은 유성구 학하동 일원 76만4,000㎡ 부지에 총 5,444억 원을 들여 2만석 규모의 종합운동장을 비롯해 준비운동장, 생활체육시설, 다목적체육관, 테니스장, 농구장, 씨름장 등을 갖춘 종합체육시설과 주거단지(공동주택 4,365가구)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전시는 오랜 준비를 거쳐 2011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정부에 그린벨트 해제 심의 요청을 했지만, 국제행사 유치계획과 재원조달 계획 미흡 등 8가지 항목 보완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대전시는 산업단지 계획을 포기하고, 체육시설과 주거단지로 궤도를 수정한 끝에 올 3월 정부의 올해 제1차 중앙투자심사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아 사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새 야구장을 짓기 위해 대전 유일 종합체육시설인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무는 상황에서 서남부스포츠타운 건립 청신호는 대전시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여전한 난제였다. 국토부가 사업의 필요성과 세부적인 토지이용계획 등을 깐깐하게 따지는 탓에 해제 심의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런 걱정은 이번에 충청권이 유니버시아드를 공동 유치하면서 말끔히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니버시아드 개회식이 이곳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보다 확실한 사업의 명분과 당위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1년여 정도 소요될 그린벨트 해제 절차가 마무리되면 2024년 상반기 토지보상을 한 뒤 첫 삽을 뜨고, 2027년 6월 유니버시아드 전 종합운동장을 완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현재 부처와 사전 협의를 통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연말 신청하면 절차가 문제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충북에선 유니버시아드 유치를 계기로 수부도시 청주의 스포츠 타운 일대를 대개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계획 중인 기존 경기장 개보수나 소규모 스포츠센터 건립보다는 종합경기장급 인프라를 조성하자는 것이다.
현재 청주의 스포츠 인프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대표 경기시설인 서원구 사직동의 청주종합운동장과 청주야구장(1979년 준공), 청주 실내체육관(1974년)은 모두 40년을 훌쩍 넘긴 노후 시설이다. 이 때문에 종합운동장의 관중 수용 능력이 1만명도 채 되지 않고, 규격이 안 맞아 국제경기도 치를 수 없다. 야구장은 시설이 노후해 충청 연고 한화이글스가 수년째 홈경기를 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사직동 청주 스포츠타운 일대를 대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찍부터 분출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청주의 체육시설 대부분이 낡아 개선이 시급하다"며 "내년 상반기 중 대회조직위원회를 꾸려 대회 준비를 본격화할 때 대대적인 시설 개선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시도 이번 유니버시아드 유치로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대평동 종합체육시설 조성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업은 대평동 일원 18만4,728㎡ 부지에 2만5,0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이 설치된 주경기장을 비롯해 보조경기장, 실내체육시설(수영장, 구기종목 경기장 등)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2013년부터 추진했지만 정부의 예비타당성 문턱을 넘지 못해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체육시설은 예타를 절대 통과 못하는데 국제대회를 하는 경우 면제를 해주고 있어 폐회식이 열리는 세종 입장에선 이번이 예타를 건너뛸 기회"라며 "유니버시아드 유치는 체육기반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