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제일'... 삼성물산, DFS로 설계부터 위험요소 없앤다

입력
2022.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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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안전성검토(DFS) 지난해 7월부터 운영
건설안전연구소 설립해 안전대책 마련
"안전 생각하는 문화, 업계 전반에 퍼져야"

"설계안전성검토(DFS·Design for Safety)가 도입되고부터 공사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안전할지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장 장비나 설계를 더 안전하게 바꾸거나 작업자들에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교육을 하고 있죠."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있는 잠실진주재건축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 흙 파는 작업이 한창인 공사장에는 지하에 흙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는 '띠장'이 둘러져 있었다. 그 사이사이 원통형의 '멀티스티프너'가 설치됐다. 하중이 쏠려 띠장이 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작업자들이 띠장을 밟고 일하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발판도 마련됐다.

김수명 삼성물산 잠실재건축아파트 현장소장은 "멀티스티프너가 없었다면 이번 장마철에 비를 맞으며 위험하게 용접을 하거나 미끄러졌을 것"이라며 "이게 모두 DFS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시공 전 설계 단계부터 유지, 관리까지 각종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DFS에 힘쓰고 있다.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만으로는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건설업계에선 삼성물산이 처음으로 지난해 7월 DFS 전담 조직을 꾸렸고, 이어 12월엔 건설안전연구소를 세웠다. 현재 연구소엔 직원 37명이 설계와 공법 도입 등 안전을 위한 대책을 고안하고 있다.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안전을 디자인하는 사전예방형 안전관리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삼성물산의 목표다.

DFS가 내놓은 대책은 다양하다. 설계나 장비를 변경하거나 작업자의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 실제 잠실진주아파트 공사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안전이 최우선입니다'라는 팻말 옆 형광색을 칠한 문턱이 눈에 띄었다. 밤낮으로 일하는 작업자들이 턱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야광으로 칠한 표식이었다. 공사장 벽면에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도록 만든 표지판을 거꾸로 뒤집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끔 만들었다.

건설안전연구소는 최근 10년간 발생한 현장 안전 사례 7,200여 건을 분석해 1,100여 건의 DFS 개선 항목을 발굴했다. 이충호 건설안전연구소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공사기간과 금액 위주로만 리스크 관리를 했다면 지난해 DFS팀이 출범한 뒤부터는 안전까지 고려 사항에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년간 중대재해를 분석한 결과, 3건 중 2건(약 67%)의 사고는 DFS 대책적용이 가능한 것으로 진단했다. DFS 활동이 이뤄졌다면 위험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부터는 분기 단위로 위험, 유해요인을 미리 제거하거나 저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국내외 현장에 DFS 검토를 의무화한 뒤부터 지금껏 약 2,000건의 안전예방 활동을 진행했다.

설계변경과 같은 DFS 적용은 조합과 같은 발주처 동의하에 이뤄진다. 위험성을 발굴해 나온 자료와 개선방안을 발주처에 먼저 제시하고, 작업을 진행한다. 김수명 현장소장은 "안전 설계는 공사비 절감과도 연결된다"며 "디자인 면에서 큰 변화가 없고 작업하는 데 안전한 방법이라고 하면 조합에서는 수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DFS를 사내뿐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공유하고 있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문화가 건설업계 전반에 퍼지도록 앞장서고 있는 셈이다. 이충호 소장은 "지난달에도 건설사들과 만나 각사에서 하는 안전 관리 활동을 공유했다"며 "건설업이 혼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협력사와 함께하는 사업이다 보니 안전을 생각하는 문화적 저변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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