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가 넘었다.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에서 생을 마감한 외국인 희생자들의 본국 송환 절차도 마무리 단계다. 13일 외교부에 따르면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24명은 국내 안치 또는 송환이 완료됐다. 남은 2명도 조만간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참사로 숨진 우즈베키스탄, 스리랑카, 프랑스 희생자 송환을 담당한 의학박사 황규성(50) ‘한국엠바밍’ 대표는 “외국인 시신은 신속하게 가족 품으로 돌려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부분 유족이 외국에 있어서다.
그러나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에서 화장 후 유골만 보내는 것이 아닌, 시신을 관에 넣어 이동하려면 사망진단서, 검사지휘서, 위생처리(방부처리) 증명서, 검역증, 사망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가 한두 개가 아니다. 서류를 현지 언어나 영문으로 번역한 뒤 공증받는 데만도 3~5일이 걸린다. 또 시신 항공 운송은 국제항공 화물규정(IATA)에 따라 부패ㆍ감염을 막기 위한 ‘엠바밍(시신 방부 처리)’이 필수다. 특수화물로 분류되는 관은 다른 화물을 위에 올리지 않는 관행이 있어 항공편 예약 역시 만만찮다.
이런 각종 어려움 탓에 외국인 희생자들의 고국행은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우즈베키스탄 희생자 무하마드 라우프(26)씨는 시신 이송에 드는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했다. 이슬람 문화권인 우즈베키스탄에선 사망 후 최대한 빨리 장례 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시신 방부 처리부터 관련 서류 준비까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다행히 사고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저녁 시신이 담긴 관을 간신히 항공기에 실을 수 있었다. 외국인 희생자 중 첫 고국 송환 사례였다.
반면 사고 2주 만인 11일 송환된 프랑스 국적 A(34)씨는 관의 규격을 맞추느라 애를 먹었다. A씨는 세네갈에서 태어나 두 살 때 프랑스에 정착했다. 유족들은 고향 세네갈에서 장례식을 치르길 원했다. 문제는 외국인 시신 송환 규정이 국가별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규정상 시신은 일단 국적지인 프랑스로 가야 했다. 또 한국과 프랑스는 관 규정부터 달랐고, 프랑스는 관에 담겨 온 시신을 꺼내 옮기지 못하게 하는 자체 규정까지 뒀다. 결국 황 대표가 밤을 새가며 두 나라 규정을 동시에 충족하는 ‘특수 관’을 제작한 뒤에야 고인을 보낼 수 있었다.
이 밖에 참사 현장에서 여권이 분실된 일본인 여성 B씨의 시신은 주한일본대사관이 자국민임을 확인해 주는 추가 서류를 발급하고 공증을 받은 끝에 일본으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