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평화로운 인도·태평양 위해 北 비핵화 전제돼야"

입력
2022.11.13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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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재차 강조
'남중국해의 규칙 기반 질서' 강조... 中 견제
러시아 외무장관 앞에서 우크라 침공 비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남아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제17차 동아시아 정상회의(EAS)에 참석해 "국제사회의 거듭된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재차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에 나선다면 '담대한 구상'에 따라 전폭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한·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에서 공개한 '한국판 인태 전략'을 재천명하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EAS 참가국들에 북핵 대응을 위한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인태 전략이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을 지향한다"며 "역내 자유, 인권, 법치와 같은 핵심 가치가 존중돼야 하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용인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법 위반이자 우크라이나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 보전 및 정치적 독립이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도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러시아 외무장관 앞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목한 셈이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은 미국이 주도하는 인태 전략에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주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미얀마에 대해서도 민주주의 후퇴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미얀마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다시 꽃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한 아세안의 노력을 지지하고,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평화로운 인도·태평양을 추구한다"며 "국제법 원칙에 기초한 분쟁의 평화적 해결 원칙이 철저하게 준수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남중국해는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를 수호하는 평화와 번영의 바다가 돼야 한다"면서 "유엔 해양법 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의 원칙에 따라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고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 국제법 원칙 준수를 촉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남중국해 약 90%가 자국 영해라는 중국 입장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인태 전략이 사실상 미국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구현을 위해선 "개방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역내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고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얀마를 제외한 아세안 9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의 정상 혹은 대표가 참석했다. 러시아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대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프놈펜=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