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절반 이상이 이같이 한국 경제를 진단했다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3일 밝혔다. 경총은 전국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4명을 대상으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지난달 26일~이달 8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2.7%가 현 경제 상황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8년 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본 전문가가 27.1%였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정도는 아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어렵다는 답은 18.7%였다. IMF 외환위기 때와 유사하거나 더 어렵다고 대답한 전문가는 6.9%에 그쳤다.
어려운 경제 상황의 주된 원인으로는 가장 많은 57.4%가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다툼, 에너지 가격 등 전 세계적 경제·정치 리스크를 거론했다. 이어 ②대외 의존적인 우리 경제·산업 구조(24.0%) ③정책 당국의 신속한 위기 대응 미흡(11.3%) ④글로벌 스탠더드에 뒤처진 법·제도(7.4%)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5% 초과~2.0% 이하(66.2%)로 전망했다. 전망치 평균은 1.87%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2.2%), IMF(2.0%), 아시아개발은행(2.3%) 보다 낮고 한국개발연구원(1.8%), 한국경제연구원(1.9%), 한국금융연구원(1.7%)과 비슷한 수치다.
한국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도 2024년 이후(2024년 53.9%, 2025년 이후 24.0%)로 꼽았다. 내년에 회복된다는 전망은 22.1%에 그쳐 내년 경제둔화가 본격화한다고 본 것이다.
물가상승률 정점은 내년 1분기라는 예상(47.1%)이 가장 많았고, 내년 2분기 이후라는 의견은 31.9%였다.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이번 금리 상승기 중 최종 3.5% 수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수준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44.1%로 가장 높았다. 당분간 현행 수준(3.00%)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27.0%나 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 상승을 자제해야 한다고 봤다.
국가재정 운영 기조와 관련해 응답자의 65.8%가 '최근 기업 자금경색과 위기 대응 등을 위해 단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균형재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긴축재정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20.8%, 재정지출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13.4%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