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을 살리는 일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비유된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접근 방식과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사(소진공)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전통시장은 1,401개이며, 시장에서 영업 중인 점포는 24만623개에 이른다. 전통시장 조사가 처음 실시된 2018년(전통시장 1,441개)에 비하면 2년 새 3%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대형 할인매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젊은 층의 외면이 계속되면서 전통시장 입지는 하루가 다르게 좁아지고 있다”며 “통계적으로 보면 매달 전통시장이 2개씩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뒤 30%의 전통시장이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소진공은 2019년 2조2,000억 원 등 매년 2조 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있다. 소상공인 생애주기별 지원, 특성화시장 지원, 전통시장 온라인 진출 지원, 상권 활성화, 화재 안전점검, 온누리상품권 발행 등이 대표적 사업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에는 소상공인에 대한 재난지원금 업무까지 더해지면서 당해 집행한 예산만 3조5,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고사 직전의 전통시장에 링거나 산소호흡기를 붙여주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전통시장을 지역경제와 문화 중심축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전통시장 특유의 감성을 유지하면서 깔끔하고 친절한 점포, 재미와 문화가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금까지의 전통시장 정책은 공급자와 상인에게 집중돼 성과가 미미했다”며 “젊은이들이 시장이 찾을 수 있도록 소비자를 중심에 두고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성공한 전통시장 모델을 다른 곳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진공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