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천원짜리 변호사'] 뒷맛이 씁쓸한 성과

입력
2022.11.12 10:56
지난 11일 종영한 SBS '천원짜리 변호사'
자체 최고 기록 15% 돌파, 화제성도 '우뚝'
SBS의 조기종영 발표에 잡음 여전해

'천원짜리 변호사'가 지대한 성과를 남겼지만 어쩐지 씁쓸함이 남는다. 남궁민의 흥행력이 다시금 입증됐으나 조기종영으로 인한 잡음으로 팬들의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11일 SBS '천원짜리 변호사'가 12부의 여정을 마쳤다. 작품은 수임료는 단돈 천원 실력은 단연 최고인 천지훈 변호사가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이다.

이날 최종화에서는 천지훈(남궁민)과 백마리(김지은) 사무장(박진우)은 JQ그룹과 회장 최기석(주석태 분)을 처단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천지훈은 연인 이주영(이청아)를 살해한 차민철(권혁범)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고 최기석의 의심을 유발했다. 결국 최기석은 차민철을 살해하려고 했지만 천지훈이 이를 막으면서 차민철의 회유에 성공했다. 차민철의 도움으로 천지훈은 친부와 연인의 죽음이 최기석 때문이었음을 알게 됐다.

천지훈은 최기석과 조우, 이주영을 죽인 게 맞는지 다시 물었고 답변을 들었다. 위기의 순간 속에서 천지훈은 최기석을 의도적으로 자극, 총을 맞고 바다 속을 빠지고 말았다. 이를 녹화한 천지훈의 계략으로 최기석은 체포, 무기징역을 받았다. 특히 공을 인정받은 천지훈은 특검으로 임명돼 모든 악의 뿌리를 처단했다. 시간이 흐른 후 사무실로 돌아온 천지훈은 여전히 수임료 천 원을 고집했다. 천 원을 받으면서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밝힌 천지훈은 다음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떠났다.

작품은 해피엔딩, 하지만…

이처럼 작품은 일말의 답답함도 남기지 않고 마무리됐다. 천지훈이라는 이상한 만능 변호사를 중심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다음 사건을 마주, 적지 않은 카타르시스를 남겼다. 여기에는 해결사 전문 배우 남궁민의 역할이 톡톡히 진가를 발휘했다. '김과장' '스토브리그' 등 갈등을 봉합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인물을 만날 때 유독 시너지를 드러내는 남궁민은 이번에도 위기의 SBS 드라마국을 구원했다.

사실 '천원짜리 변호사'는 호탕한 활극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지만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다.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숱하게 쏟아졌으나 상반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외에 히트작은 나오지 않았다. 정의를 위해, 소시민을 위해 발로 뛰는 변호사가 더 이상 새로울 수 없는 시점에서 남궁민은 자신만의 색깔로 이 드라마를 빛나게 만들었다. SBS의 구원투수가 등판한 만큼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회 8.1%로 출발한 '천원짜리 변호사'는 마지막회 15.2%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통쾌한 정의구현을 남궁민 특유의 맛깔나는 연기로 승화시키면서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SBS의 납득 어려운 조기종영 선택

다만 SBS의 악수가 이 드라마 자체의 해피엔딩을 망친 모양새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최근 가장 핫한 드라마이자 하반기 가장 뜨거운 화제성을 견인했음에도 12부작 축소를 선택했다. 극 중반까지 천지훈의 서사를 탄탄하게 만들었던 제작진이 태세를 변환하면서 조기종영을 외친 이유에 대해 많은 소문이 생성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워낙 파급력이 높았던 터라 잦은 PPL 장면과 주 1회 편성마저 잡음을 더했다. 결방으로 인해 파죽지세였던 시청률이 잠시 주춤하면서 '천원짜리 변호사'가 더 높은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으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야기가 급작스럽게 마무리되면서 메인 빌런의 임팩트도 다소 희미해졌다. 시청자들이 최종회만큼은 본방을 사수하려는 이유는 빌런과의 마지막 대결 때문이다. 악인에 맞서는 주인공, 그리고 이 과정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급 마무리된 덕분에 흡입력은 다소 떨어졌다. 결국 용두사미가 된 '천원짜리 변호사'. 이를 지켜보는 팬들의 입맛이 씁쓸한 까닭이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