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1일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협의회를 갖고 최근 대두된 ‘전세사기’ 및 ‘깡통전세’ 피해를 줄일 임차인 보호 강화대책을 논의했다. 큰 틀은 지난 8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 방지방안’의 맥락을 이으면서, 국토부와 법무부가 함께 추진해온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방안’을 최종 조율하는 차원이다. 당정은 이날 협의에서 임차인에게 임대인 납세증명서를 요구할 권리를 신설하는 등 5가지 방안에 합의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우선 임차인의 임대인 납세증명서 요구권 신설 취지는 임대인 체납 세금으로 인한 조세채권 때문에 임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피해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임차인에게 요구권만 주어질 경우, 현실에선 임차인과 납세증명 요구가 불쾌한 임대인 간 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임대인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별도 요구 없이도 임차인에게 해당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될 필요가 있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선순위 보증금 정보를 확인하려 할 때,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비슷한 방향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아울러 임차 주택 경매 시 우선 변제받을 수 있는 임차보증금 범위를 서울 기준 현행 1억5,000만 원에서 1억6,500만 원으로 1,500만 원 높인 것도 제도 개선 취지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전세 임차인 보호대책이 중요해진 이유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임대보증 사고액이 올 들어 2018년 대비 10배 내외로 폭증하고, 전세사기 송치건수도 연간 200건을 넘을 정도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집값 급락세에 따라 집값이 보증금에도 못 미치는 깡통전세 피해 확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필요도 커졌다. 하지만 현실과 괴리된 대책은 자칫 ‘임대차 3법’처럼 부작용만 되레 커질 수 있다. 조만간 나올 최종 제도개선책에는 현장 목소리를 충분히 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