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국가안보장관 사임… 네타냐후는 '실각 위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발효를 앞두고 이스라엘 극우 강경파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극우 세력의 거센 반발에 이스라엘 연립정부는 붕괴 직전 상황이 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선 실각 위험에 처했다. 19일(현지시간) 휴전 발효 직전 이스라엘이 돌연 '연기'를 선언하고,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한 데에는 이러한 이스라엘 국내 정치 상황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8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극우 정당 '유대인의 힘' 대표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내각의 가자지구 휴전 승인 결정에 항의하며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유대인의 힘은 성명을 통해 휴전안을 '무모한 합의'라고 비판한 뒤, "벤그비르 장관과 아미하이 엘리야후 문화유산부 장관 등은 19일 오전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연정 탈퇴 방침도 공개했다. 하마스와의 휴전에 반대하는 연정 내부 인사는 더 있다. 의석 7석을 갖고 연정에 참여 중인 또 다른 극우 정당(민족종교당-종교시온주의당) 소속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휴전) 합의는 이스라엘 국가 안보에 재앙"이라며 1단계 휴전 뒤 전쟁을 재개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즉각 '연정 탈퇴'를 선언하진 않았으나 스모트리히 장관도 내각 회의에서 휴전 승인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인물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실각 위기를 맞았다. 그의 소속 정당(리쿠드당)과 극우 정당들의 의회 의석수 합계는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68석(전체 120석)에 불과했는데, 이날 유대인의 힘의 연정 탈퇴와 함께 62석으로 줄게 됐다. 두 명만 추가 이탈해도 과반이 무너지고, 조기 총선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 내부 정치 상황 탓에 하마스와의 휴전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CNN방송은 "네타냐후 총리 연정이 당장 무너지진 않겠지만, 스모트리히 재무장관도 뒤따라 연정에서 탈퇴하면 문제가 된다"며 "이럴 경우 네타냐후의 정치적 명운은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가 결정하게 되는데, 네타냐후로선 꼭 피하고 싶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야권의 선거 실시 요구를 피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게 CNN의 전망이다. 실제 19일 휴전안 발효 30분 전쯤, 이스라엘군이 '발효 연기'를 선언하고 곧바로 가자지구 맹폭에 나선 데에는 이러한 속사정도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방위군은 하마스가 석방 대상 인질 명단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가자지구 공격을 재개했고, 네타냐후 총리도 "(휴전 발효 시점인) 오늘 오전 8시 30분이 지날 때까지 분쟁은 해결되지 않았다"는 성명을 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휴전) 협정의 취약성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