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에 이르자 해가 갈수록 기하학 이해력은 점점 떨어지며, 부서진 복잡한 파편들이 내 미어지는 가슴에 쌓여간다.”
인생은 깊은 슬픔과 상실, 비탄의 연속이다. 일에서의 효능감은 떨어지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은 먼저 세상을 떠난다. 경이로운 수학적 발견에서 느끼는 희열도 그 순간뿐, 금세 허무가 찾아온다.
‘수학의 위로’는 은퇴한 수학자 마이클 프레임 예일대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저명한 학자는 수학과 삶의 관계를 성찰하며 삶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을 담담히 들려준다. 프랙털, 자기 유사성, 투영법 등 수학 용어들이 일부 나오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수학은 그저 저자에 익숙한 도구일 뿐, 글에 담긴 위로의 온기는 온전히 독자에 전해지기 때문이다.
프레임의 전문 분야는 선ㆍ면ㆍ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기하학이다. 그가 말하는 기하학은 어렵지 않다. 해안선, 고사리잎, 허파, 신경계 등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프랙털(임의의 한 부분이 전체를 닮은 도형)이 모두 기하학이다. 슬픔 역시 그러하다. 커다란 상실 속에는 작은 상실이 겹겹이 놓여 있다. 프레임은 엄마를 잃었을 때를 회상한다. 다시는 엄마와 말할 수 없고, 함께 요리할 수 없고, 여행할 수 없다. 이 작은 슬픔들은 전체 상실을 구성한다.
프레임은 대처 불가능해 보이는 커다란 상실도 가만히 관조하고 분해하면 약화하거나 달랠 수 있다고 다독인다. 우리가 비통함에서 한 걸음 물러날 때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갈 용기와 희망, 숭고함을 얻을 수 있다. 반려 고양이를 잃은 후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에도 "꽃 대신 자선 단체에 기부해 달라"는 이들이 그런 경우다.
프레임은 강의와 연구에서 독보적 활동을 보여준 교수에게 수여하는 드베인 메달을 받은 뛰어난 수학자다. 삶과 글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걸 저자는 책을 통해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