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 등 5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한다. 규제지역만의 대출 규제도 일부 풀었다. 큰 폭의 규제 완화로 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는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규제지역 '대폭 해제' 카드를 다시 꺼냈다. 국토부는 새 정부 들어 규제지역을 두 차례 해제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세종만 규제지역으로 묶어 뒀는데, 이번엔 수도권의 규제지역 빗장을 대거 푼 것이다.
경기에선 투기과열지구(9곳)와 조정대상지역(22곳)으로 묶여 있던 수원, 안양, 안산, 구리, 군포, 의왕, 용인, 김포, 동탄2, 남양주, 고양, 화성 등 주요 지역이 모두 풀린다. 재건축 이슈가 있는 1기 신도시 지역(부천, 고양 등)은 그대로 남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을 깬 정부의 파격 조치란 평가가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인 인천과 세종도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벗어났다. 이로써 현재 전국의 투기과열지구는 39곳에서 30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60곳에서 29곳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주변 지역 파급 효과, 개발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서울과 경기 4곳은 여전히 규제지역으로 묶어둘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들 5곳은 여전히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2중 규제지역으로 묶여 있다. 규제지역은 금융(대출)·세제·청약·거래(전매 제한) 등 집을 사고파는 전 과정에 걸쳐 각종 규제를 동시에 적용하는 제도라 수위가 세다.
다만 이들 지역의 규제 수위 역시 단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 관계자도 "적절한 시기에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규제지역 해제가 결정되면 관보에 게재되는 즉시(14일) 모든 규제가 풀려 시장 파급이 상당하다. 집을 사고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과 세종은 그간 규제지역으로 묶인 탓에 무주택자라 해도 대출 한도가 집값의 50%(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제한됐는데, 14일부터 70%로 상향된다.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비규제지역이 된 인천에서 집을 산 이는 앞으로 직접 거주하지 않고 전·월세를 내줬다가 2년 뒤 집을 팔아도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도 하지 않는다.
비규제지역에선 1주택자가 집을 추가로 사도 취득세를 매길 때 일반세율(1~3%)이 적용된다. 예컨대 지금까지 조정대상지역이던 수도권에서 1주택자가 5억 원짜리 아파트를 추가로 사면 취득세로 4,000만 원(8% 세율)을 내야 했는데, 이번 조치로 취득세가 8분의 1 수준(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정부는 규제지역이라 해도 집값과 상관없이 집값의 50%까지 대출을 허용키로 했다. 지금은 집값이 9억 원을 넘어가면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든다. 이처럼 정부가 주택 매매 관련 세 부담을 줄이고 대출을 늘려주는 등 거래 부담을 크게 줄여준 만큼 이번 대책이 시장 연착륙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걸로 기대된다.
다만 거래 침체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리가 계속 치솟는 상황이라 집값의 추가 조정 없이는 매수자가 매매시장에 섣불리 진입하기 쉽지 않아서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정부 역시 현재로선 집값이 뛸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규제를 푸는 것"이라며 "실수요 위주로 거래를 되살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주택자 규제를 풀 시기는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