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한 방울로 찾는 자아, DTC 유전자 분석

입력
2022.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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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이면 미국에는 블랙프라이데이, 중국에는 광군제라는 유명한 쇼핑 할인행사들이 열린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이벤트들이 열리는데, 이 기간에 서양에서는 유전자 분석 서비스가 제법 인기 있는 품목이 되곤 한다.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즉, 의료인의 처방 없이, 일반 개인이 자신의 유전자 분석을 직접 주문하는 걸 영어 약자로는 흔히 DTC(Direct-To-Consumer) 유전자 분석이라고 하는데 최근 기술의 발달로 일반인 소비자들도 유전자 몇 개보다는 유전자 전체 즉 '유전체'에 대한 분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유전체 분석이라는 용어도 자주 쓰인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들은 크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친자 확인 정보와 이를 확장한 친자 확인 정보가 있다. 미국에선 매년 13만 명 이상이 입양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훗날 자신의 친부모나 친형제들을 찾고 싶을 때 DTC 유전자 분석 결과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는 DTC 유전자 분석이 서양에서 좀 더 활성화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친족 확인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혈통을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가령 자신이 물려받은 유전정보의 50%는 한국인종에서, 45%는 중국인종에서, 4%는 일본인종에서 그리고 0.1%는 유럽인종에서 유래했다는 식의 정보를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3만 년 전에 멸종한 네안데르탈 인종에서 유래한 유전정보가 몇 % 인지도 알 수 있다.

이런 호기심 차원의 정보들 외에도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보들도 얻을 수 있다.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절대적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 평균 대비 몇 배 정도 위험하거나 안전할 수 있다는 상대적 정보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잘못된 해석을 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며, 심지어 의료인들도 급속한 유전체 분석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기 힘든 실정인 것도 사실이므로 이런 정보에 대한 해석은 다소 주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질병이라고는 하기 어려운 다양한 심리적 혹은 신체적 특성에 대한 정보들도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알 수 있는데, 가령 자신이 알코올이나 카페인 대사 능력이 강한지 약한지, 다시 말해서 술이 센지 약한지,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이 안 오는지 잘 오는지 또한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 같은 정보를 알 수도 있으며, 남들보다 모험심이 강한 편인지 아닌지, 다소 전투적 성격인지 아닌지, 약물들에 중독되기 쉬운 성향인지 아닌지, 호감형 성격인지 아닌지 등등 상당히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물론 아직은 부분적 예측만 가능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5,000만 명 이상의 일반인들이 소비자 유전체 서비스를 이용하였으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욱 많은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 전 국민이 단일 건강 보험 체계에 속해 있으므로 의료 정보 자료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활용하여 국가와 민간 그리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 유전자 기반 헬스케어 기술을 선도해가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환석 카스큐어 테라퓨틱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