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풍산개 계속 키웠으면 감사원이 나섰을지 몰라"

입력
2022.11.09 19:30
페이스북에 풍산개 논란 관련 장문의 입장 올려

문재인 전 대통령은 9일 '풍산개 반환 논란'과 관련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반환 배경이 사룟값이 아닌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었다는 점을 직접 해명하고 나선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내용을 담은 장문의 입장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통령은 “먼저 위탁한 후 사후에 근거 규정을 갖추기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침 윤석열 당선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이 계속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해준 덕분이었다”며 자신이 풍산개를 맡은 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로서는 별도로 개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의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었기 때문에 풍산개 세 마리의 양육을 더 맡는다는 것이 지원이 있다 해도 부담되는 일이었지만 그동안 키워온 정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감당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후 윤석열 정부가 했던 약속과 달리 6개월 동안 위탁의 법적 근거가 되는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통령기록물인 풍산개 세 마리를 전임 대통령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기록물법에 위반된다는 논란의 소지가 생긴 것이고, 그 같은 상태가 길어질수록 논란의 소지가 더 커질 것”이라며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현 정치권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집중 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반환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 문 대통령은 “그런데 그러자고 했더니 모 일간지의 수상한 보도를 시작으로 순식간에 문제를 지저분하게 만들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왜 우리는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이처럼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인지, 이 어려운 시기에 그렇게 해서 무얼 얻고자 하는 것인지 재주가 놀랍기만 하다”고 지적했다.

‘사룟값’ 논란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양육에 소요된 인건비와 치료비를 포함한 모든 비용을 퇴임 대통령이 부담해온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면서 “심지어 풍산개들을 양산으로 데려오는 비용과 대통령기록관이 지정한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비용까지 모두 부담했으니, 지난 6개월간 대통령기록물인 반려동물들을 무상으로 양육하고 사랑을 쏟아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전 대통령이 풍산개를 ‘파양’했다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서도 “입양이야말로 애초에 내가 가장 원했던 방식”이라며 “그런데 현행법상 대통령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에서 해제하여 소유권을 넘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내가 입양할 수 있다면 대환영이라는 것을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제 그만들 하자”며 “내게 입양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현 정부가 책임지고 반려동물답게 잘 양육관리하면 될 일이다. 차제에 시행령을 잘 정비해두기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두 마리를 전날 대통령기록관에 인도했다. 풍산개들은 법적인 지위가 ‘대통령기록물’로,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윤석열 당시 당선인과 합의해 풍산개들을 위탁 관리하기로 했다.

그런데 당초 약속과 달리 위탁 관리의 법적 근거가 6개월이 다 돼도록 마련되지 않자 반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문 전 대통령 측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 문 전 대통령이 월 200만 원이 넘는 풍산개 사룟값이 부담돼 반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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