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 공장에서 20대 노동자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식품 제조업체 상당수에서는 안전보건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열흘간 국내 식품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프레스와 크레인, 컨베이어부터 식품가공용 기계, 인쇄기 등 28종의 유해·위험 기계·기구·작업이 점검 대상이었다.
현장점검을 실시한 1,297개 업체 중 안전조치 위반 사항이 적발된 곳은 643곳으로, 전체의 49.6%에 달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56.6%가 위반 사항이 발견됐다. SPL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식품제조 업체 두 곳 중 한 곳은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고용부는 해당 업체들에 시정을 요구했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미진한 부분을 개선해 보고받기로 했다.
이번 점검 결과는 지난달 15일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한 후 마련한 '유해·위험 기계·기구 집중 단속기간'의 중간점검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이달 13일까지 업계에 자율 점검 후 개선하도록 안내한 뒤, 이후에도 3주간 불시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위반 사항이 적발되면 '무관용 원칙'으로 과태료 부과, 사법조치까지 이어갈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집중 단속 기간에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망 사고의 경우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표자 등에 강하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이미 발생한 산재 사고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유일한 사고 예방 방법"이라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확인하고 개선해달라"고 기업들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