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주변 보존지역 축소 …"불필요한 규제 푼다"

입력
2022.11.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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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규제 개선 방안 발표

문화재청이 전국의 국가지정문화재 주변에 설정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보존지역) 범위를 축소 조정하는 방향으로 문화재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전국의 보존지역 1,692건을 조사해 불필요하게 넓게 지정된 곳은 범위를 축소하도록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법을 바꾸지 않고도 사실상 규제 지역을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은 9일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이 같은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보존지역은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 문화재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이내에 지정하는 구역으로 시·도지사가 문화재청장과 협의해 조례로 정한다. 보존지역에서 공사를 벌일 경우 공사 시행자가 문화재청장의 지시에 따라서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 현재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주거·상업·공업 지역의 경우 주변 200m, 녹지 지역 등은 주변 500m를 보존지역으로 지정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용도 구분 없이 문화재 주변 500m를 일률적으로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문화재청은 지자체들이 보존지역을 세밀하게 지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보존지역은 지자체와 협의해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지난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산 북구 구포동 당숲은 반경 500m가 일률적으로 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를 부산시 조례에 맞게 세밀하게 조정하면 규제 범위가 최대 59%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이종훈 문화재청 보존정책과장은 “보존지역이 A 문화재는 넓고 B 문화재는 좁을 경우, 주변 주민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해 지자체들이 보존지역 범위를 똑같이 정하는 편”이라면서 “문화재청은 올해 1,000건이 넘는 문화재에 대해 조사를 벌여서 보존지역이 법에 맞게 지정됐는지 확인하고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문화재청이 모든 규제를 풀 수는 없다. 기존 원칙을 준수하되 과도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고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를 완화했다가 자칫 김포 장릉 주변 ‘왕릉뷰 아파트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최 청장은 “장릉 사태는 유구무언”이라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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