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에 독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요즘은 글쓰기 교육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된다. 상급 학교에서의 글쓰기 활동이 늘어났을뿐더러 사회생활에서도 보고서, 메일 쓰기 같은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 업무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나 글쓰기와는 달리 의외로 가볍게 치부되는 영역이 있으니 바로 손글씨의 중요성이다.
그동안 고학년 자녀를 키우는 선배 학부모가 의외로 자녀의 글씨에 대한 걱정이 많음을 알았다. 그 걱정이 가벼운 것이 아님은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활동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심의를 할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필 진술서가 포함되는데 학생의 글씨를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허다했다. 심지어 글씨를 도저히 알아볼 수 없어 타이핑한 출력물로 진술서를 대체한 적도 있다.
손글씨의 중요성과는 달리 쓰는 빈도는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학교 수업은 판서나 필기 없이 디지털 콘텐츠로 진행되며, 일기도 저학년 이후로는 따로 확인하지도 않는다. 과제도 온라인으로 작성하여 제출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대학 강의실에서도 필기보다 노트북 자판 누르는 소리가 더 익숙해졌고, 이젠 음성 녹음 파일을 문자로 변환해 주는 프로그램까지 나왔으니 손글씨를 직접 쓸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손글씨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많다. '필기에 대한 권위 있는 분석'의 작가 마크 세이퍼는 필기가 왜 두뇌 발달에 좋은지를 밝혔다. 첫째, 정서를 안정시킨다. 둘째, 좌뇌와 우뇌를 균형 있게 발달시킨다. 셋째, 대뇌를 비롯한 특정 부위를 자극해 학습효과를 높인다. 넷째, 집중력을 높이며 기억력이 좋아진다. 미국 프린스턴대와 UCLA대 공동연구팀이 진행했던 '키보드보다 더 강력한 펜'이라는 이름의 연구가 있다. 이에 따르면 수업 시간 동안 필기를 하는 학생과 전자기기에 기록하는 학생 중에서 필기하는 쪽이 오랜 시간 동안 수업 내용을 기억에 정착시키는 경향이 높았다고 한다. 창의성 발달과 읽기 습득 능력에도 도움이 되며, 손글씨를 쓸 때 뇌파검사에서 이성적 판단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연구도 있다. 2011년 카네기 재단의 연구에서는 남이 알아보기 힘든 악필은 시험 채점에서도 불이익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글씨를 연습하려면 대단한 방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기를 꾸준히 쓰거나 학교 교과서를 복습하며 간단하게 노트에 정리하는 활동으로도 연습이 가능하다. 일단 바른 손글씨는 올바른 연필 잡기부터다. 혹시 아이의 글씨가 오랜 시간 동안 개선되지 않으면 연필 잡는 방법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병대 한글 필기체 연구소장은 연필 잡는 힘을 낮추어, 쓰기에 대한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펜과 종이와의 각도는 반시계 방향으로 15~20도로 유지, 기준선을 정해서 쓸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글씨체를 교정하는 방법이라 말한다. 시중에 있는 글씨교정 책을 이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어떤 이들은 손글씨를 이제 점점 고도화되는 디지털 사회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구시대의 유물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글씨를 통해 얻는 장점은 결코 가볍게 넘길 만한 것이 아니다. 단점은 없고 장점만 수두룩한 방법을 제쳐두고 편안하고 쉬운 길만 추구하게 하는 것이 과연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될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