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기계 고장에 해킹·폭탄 위협까지… 다사다난 미국 중간선거

입력
2022.11.09 08:59
위스콘신주에서는 흉기 위협 남성 체포
‘의회 난동’ 가담했던 투표소 직원 퇴출도

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실시된 중간선거는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거나 폭탄, 흉기 위협으로 투표가 차질을 빚는 소동이 발생했다.

투표 기계 오작동 잇따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머서카운티에서는 카운티 전체적으로 투표 기계가 고장 나면서 투표용지를 인쇄하고 스캔 하는 작업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유권자들은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한 표를 행사해야 했다. 투표가 마무리 된 뒤 개표 결과 집계 역시 지연될 전망이다. 텍사스주 벨카운티에서도 기술적 문제로 투표에 차질이 발생해 투표가 1시간 연장됐다. 유권자 확인을 위한 일부 기계의 시간이 동기화되지 않으면서 일부 투표소에서 사용 불가 상태가 된 것이다.

애리조나주 매리코파카운티에서도 전체의 20% 정도 투표 기계가 오작동하고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 일부 기계가 투표용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카운티는 투표소 보관함에 투표용지를 별도 보관한 후 별도로 개표키로 했다.

연방 상원의원 선거 최대 경합지인 펜실베이니아주의 루체른카툰티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용지를 인쇄할 수 없게 되면서 투표가 지연되자 투표 시간을 오후 10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의 경우 일부 투표소가 늦게 문을 열어 마감 시간을 연장했다.


”투표 중단” 위협에 흑인 감시까지

‘민주주의의 꽃’인 투표 절차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사건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는 당초 투표소였던 캐너디스커버리 고교가 폭탄 공격 위협을 받으면서 인근 초등학교로 투표소를 옮기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이 학교는 5일 전에도 폭탄 공격 위협을 받으면서 재학생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두 ‘위협’ 사이 관련 여부를 조사 중이다.

위스콘신주 웨스트밴드시에서는 38세 남성이 투표소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며 “투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다가 경찰에 체포됐고, 일리노이주 섐페인카운티에서는 홈페이지가 해킹 공격을 당해 유권자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다만 투표 결과를 바꿀 심각한 수준의 해킹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 해킹 그룹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중대한 해킹 활동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지방 웹사이트를 상대로 한 낮은 수준의 사이버 공격은 일어날 수 있지만, 우려했던 외국 정부 또는 단체가 미국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대적으로 사이버 공격에 나서는 등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지아주 존스크리크에서는 투표소 직원으로 일하던 모자(母子)가 작년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난입에 가담했던 사실이 투표 시작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드러나 당국이 이들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투표소 밖으로 내보냈다.

텍사스주 보몬트에서는 투표소 직원들이 흑인 유권자에 대한 신원 확인을 더 까다롭게 하고 투표하는 동안 바로 뒤에 서서 ‘감시’한다는 이유로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소송을 제기해 법원이 이런 행위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