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에 맞불 소송까지… '초박빙' 펜실베이니아서 우편투표 논란 가열

입력
2022.11.09 07:30
주 대법원, ‘날짜부정확 우편투표 무효’
공화당 손 들어주자 민주, 연방법원 소송

미국 중간선거 우편투표를 둘러싼 소송전이 점입가경이다. 상원 다수당을 결정지을 ‘초박빙’ 경합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민주ㆍ공화 양당이 법적 유효성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이 수천 표에 달하는 우편투표 결과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주(州)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자 민주당이 연방법원 문을 두드리며 맞불을 놓는 식이다. 접전 지역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를 마친 뒤 개표를 진행하더라도 연방 상원의원 당선자를 최종 확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 “날짜 기재는 수정헌법 위반”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선 존 페터만 민주당 후보는 우편투표 봉투 겉면에 날짜 기재가 정확하지 않거나 누락된 투표지가 득표수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을 전날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이는 최근 펜실베이니아주 대법원이 “봉투에 투표 날짜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우편투표는 개표하지 않게 해달라”는 공화당 전국선거위원회(RNC)의 소송에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주 대법원은 투표일 이전에 도착한 봉투까지 미개표 대상에 포함했다.

페터만 후보는 소장에서 날짜 문제를 이유로 투표를 집계하지 않는 것은 1964년에 제정된 민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민권법에 따르면 선거 당국은 개인이 주 선거법에 따라 투표할 자격이 있는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구체적이지 않은 투표용지의 오류를 근거로 투표권을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 주법은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제출할 때 겉봉투에 날짜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페터만은 이 역시 수정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편투표 봉투의 날짜는 유권자의 자격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이는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기본적인 헌법상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장벽을 세우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주 대법원의 판결 이후 주 선거 당국은 이러한 기술적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선거 카운티에 연락을 취해 바로 잡으라고 했지만, 일부 카운티는 이런 실수를 바로 잡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민주당 우편투표 많아, 손실 불가피

양당이 우편투표를 놓고 이처럼 법정 공방을 벌이는 것은 펜실베이니아주가 연방상원 다수당을 판가름할, 결정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 5일 동시에 지원 유세에 나설 정도로 중요한 선거구다.

페터만 후보와 공화당의 메메트 오즈 후보는 여론 조사상 오차범위 내 초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우편투표를 많이 한다는 점에서 주 대법원 판결처럼 날짜 기재 문제로 투표용지 일부를 개표하지 않는다면 한 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민주당으로선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특히 박빙 승부에서는 수천 장의 표가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또 다른 법적 판단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AP통신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00만 명 이상이 우편으로 투표했다고 전했다. 이 중 봉투에 날짜를 잘못 기재하는 등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게 몇 개인지 현재까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 CNN방송은 펜실베이니아주 최대 도시 필라델피아 관계자를 인용, “3,400표 이상의 우편 투표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경합 주에서 우편투표 적절성을 놓고 법적 공방을 이어가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 때까지 선거 결과에 대한 공식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허경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