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장감시시스템 뻥튀기한 거래소... 책임은 직원 1명에 몰아세워

입력
2022.11.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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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거래소 내부 감사 집중 검사
허위 보도자료 배포 책임자는 봐주고
서류 누락하며 감사 절차 어긴 이유 추궁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종합검사 때 한국거래소의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 '엑사이트' 개발에 관한 내부 감사가 적법했는지 주의 깊게 들여다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규정을 충실히 따랐는지 △책임자가 아닌 실무자 1인 징계에 그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진다. 아직 금감원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엑사이트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시장감시시스템으로, 빅데이터를 강화 학습(머신러닝)해 신종 불공정 거래를 자동 포착하도록 계획했다. 또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각화 분석도구(BI)도 장착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2018년 5월 가동을 목표로, 2017년 1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총 84억 원을 들였다.

그러나 신종 불공정 거래를 포착하기는커녕 머신러닝을 이용한 계좌 분석에 15분 이상 소요되는 등 개발에 난항을 겪었다. BI 탑재도 차질을 빚었다. 심지어 개발 과정에서 2014~2018년 치 시장감시 데이터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이를 수정하는 작업까지 추가됐다.

정작 거래소는 2018년 5월 예정대로 가동식을 강행했고, "불공정 거래 분석의 획기적 변화를 도모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는데도 "가동식 당일부터 기존 시스템과 2개월간 병행 가동한다"고 알렸다. 예정대로라면 엑사이트는 7월 초 본격 가동돼야 했으나 보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약 4개월 후인 10월 말부터 운영됐다.

이후 언론 등이 엑사이트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자 거래소는 그해 10월 내부 감사에 착수, 개발 실무자 A씨가 가동 지연에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감봉(추후 견책으로 수정) 처분을 내렸다. 가동식을 강행하고 허위 보도자료에 관여한 개발 태스크포스(TF) 단장과 팀장은 "가동식에 임박해 부임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피했다. 대신 개발 초기부터 관여한 전임 TF 단장과 팀장에 구두 경고를 내렸다. 거래소가 가장 주력했던 AI 기능 미비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금감원은 현직 TF 단장과 팀장을 조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을 특히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거래소가 감사 대상자인 A씨에게 받아야 하는 증빙 서류를 누락했다는 사실도 새로 밝혔다. 모두 A씨의 해명 기회를 보장하는 서류들이었다. A씨는 한국일보에 "감사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것을 금감원 직원으로부터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가동식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더니, 나중엔 다 제 책임으로 몰았다"고 억울해 했다.

거래소 측은 "오래전 일이고 관련자들이 모두 퇴직해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추후 금감원 처분이 나오면 그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이 건 외에도 제도 개선에 관해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사항이 많아 종합검사 결과가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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