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 말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두 차례 파행되면서다. 한 장관은 8일 오전 0시 20분에 재개된 예결위에 참석해 "어제 저의 답변으로 예결위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음모론자 발언'은 7일 저녁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과의 문답 중 나왔다. 조 의원은 "이태원 참사가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 때문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교통방송(TBS)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만들고 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민주당 전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김어준씨나 황운하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황운하 의원이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 원인이 됐다는 취지로 말한 걸 지적한 것이다.
한 장관의 발언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폄훼하고 모략했다"(윤영덕), "어떻게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말을 하느냐"(김한규)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저는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우원식 예결위원장은 오후 10시 2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회의는 약 50분 뒤 재개됐지만 한 장관이 야당의 사과 요구를 재차 거절하면서 오후 11시 27분 정회됐다. 민주당에선 한 장관의 퇴장 요구도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8일 0시 20분 개의된 예결위에서 한 장관은 유감을 표명했다. 우 위원장은 "국무총리께서는 국무위원을 대표해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히 잘 조치해달라"고 경고했다.
유감 표명에도, 황운하 의원은 한 장관을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8일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한동훈 장관이 국회 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특정하여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모욕죄를 저질렀다"며 "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되어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 공수처에 고소하는 건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는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