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뒤늦게 '안전' '사고 예방' 경쟁적으로 외치는 정부 부처들

입력
2022.11.07 22:00
정부 부처들 제각기 안전점검 대책 마련 나서
"재난 형식 다양화되는 만큼 대책 세분화 필요"
"땜질식 대책으론 재난 예방 한계 있어" 지적 나와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부랴부랴 국가안전관리 체계 재점검에 나섰지만,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7일 조주현 차관 주재로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들과 함께 정책협의회를 열고 △공공기관 안전관리 방안과 △국정감사 주요 지적사항 및 개선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조 차관은 이날 "우리 국민과 직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산하 공공기관들 모두 시설물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해 달라"며 "앞으로 계획 중인 행사를 진행할 때도 외부 참여 인원을 적정 규모로 유지해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1년에 2회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피난 대피 훈련 및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할 것과 각 기관별 안전 점검 계획을 세워 매달 정책협의회에서 이를 점검하고, 살피기로 하는 등 비교적 구체적 방안들이 논의됐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도 4일 최남호 기획조정실장 주재로 정책협의회를 열고 이태원 참사와 같은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기관장 주도로 사업장, 시설물, 근무 환경 등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 줄 것을 긴급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도 1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함께 다중이용시설과 경기장, 전통시장 등 최근 사고 발생 시설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다중 운집 시 대피 경로와 위험 요소 등을 살필 예정이다.



"땜질식 대책으로는 한계... 근본 대책 필요"


이번 대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족했던 재난관리 체계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땜질식 대책만 마련해서는 근본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세월호 이후 대대적으로 국가안전체계를 점검한다고 했고, 민방위 훈련도 연 2회에서 4회로 늘렸지만 결국 대형 재난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며 "구멍 난 재난 대응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메울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도 "재난의 유형이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정부 대책은 몇몇 특정 재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대비도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세심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