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초점] 기세 좋던 '천원짜리 변호사', 왜 조기종영 선택했나

입력
2022.11.09 11:07
SBS '천원짜리 변호사', 결방에 조기종영까지
15% 돌파했던 시청률도 '주춤'
SBS와 제작진의 강수, 악수 될까

기세 좋게 시작했던 '천원짜리 변호사'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3주 연속 주 1회 편성, 잦은 결방, 거기다가 조기종영까지 선택하면서 인기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후반부 유입을 위해 하이라이트 특집을 내보낸 SBS지만 오히려 시청층 이탈만 늘었다. '천원짜리 변호사'가 연장이 아닌 조기종영을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SBS 금토극 '천원짜리 변호사'는 수임료는 단돈 천원 실력은 단연 최고인 천지훈 변호사가 의뢰인들의 가장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통쾌한 변호 활극이다. 흥행률이 높은 배우 남궁민이 주연을 맡았고 올해 반영된 미니시리즈 첫 화 시청률 1위로 순항을 시작했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방송 4주 차인 8회, 수도권 15.6%, 전국 15.0%, 최고 18.8%를 돌파했다. 이는 주간-주말을 통틀어 현재 방영중인 미니시리즈 전체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처럼 SBS의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이라는 수식어를 한방에 입증, 승전보를 거듭 올렸다. 쏟아지는 신작들 속에서도 굳건하게 시청률, OTT 순위, 화제성 등 모든 흥행 지표에서 1위를 석권하는 '천원짜리 변호사'지만 최근 행보는 조금 의아하다.

먼저 잇따른 결방이 이야기의 흐름을 뚝 끊었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지난달 21일, 28일을 결방했다. 여기에다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중계까지 겹치면서 결국 제작진은 주 1회 편성으로 변경해야 했다. 지난 4일에도 결방, '지선씨네마인드'가 대신 안방극장을 채웠다. 결국 주 1회극이 되어버린 '천 원짜리 변호사', 여기에 더욱 실망시킨 것은 조기종영 선택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천원짜리 변호사'는 내부적으로 14부작으로 기획됐다. 그러나 '천원짜리 변호사'는 "완성도 높은 전개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12부작, 즉 조기종영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인기 드라마는 회차를 더욱 추가하면서 연장을 선택한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제작진도 수많은 요청 끝에 연장을 논의했고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연장은 인기 드라마의 숙명 같은 수순이기도 했다. 인기 드라마의 연장은 곧 광고수익으로 직결된다. 이에 따라오는 수익도 쏠쏠하기 때문에 방송사 입장에서는 달콤한 과실이다.

여기에 '천원짜리 변호사' 제작진은 소신을 지키면서 12부작을 선택한 셈이다. 작품 기획 단계부터 구상한 그림을 고수, 작품성을 와해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제작진이 광고 수익을 포기한 것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천원짜리 변호사'는 지나치게 잦은 PPL(간접 광고)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극 초반 스피디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유입을 이끌어냈던 '천원짜리 변호사'가 갑자기 루즈하게 느껴지던 순간, 제작진의 선택이 또 한번 팬들을 아쉽게 만들었다. 이러한 실망감은 곧바로 시청률로 이어졌다. 앞서 15%를 가뿐하게 돌파했던 '천원짜리 변호사'는 10회 13%로 주저앉았다. 타 드라마들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낮은 성적은 아니지만 '천원짜리 변호사'가 더 높은 수치를 내리라는 예측이 워낙 많았던 터다.

'천원짜리 변호사'의 조기종영이 아쉬운 까닭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반응도 좋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인 디즈니플러스에서 '천원짜리 변호사'는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제치고 대만 1위, 싱가포르 2위를 비롯해 론칭한 6개 국가에서 모두 상위권을 기록했다.

작품의 가치를 시청률 하나로 판단할 수 없지만 '천원짜리 변호사'의 경우 꽤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SBS가 왜 하반기 효자 노릇을 한 '천원짜리 변호사'를 조기종영하게 만들었는지 다시금 의구심이 든다. 후속 작품을 어서 선보이고 싶은 마음일까. '천원짜리 변호사'의 후속작은 김래원의 6년 만 SBS 복귀작 '소방서 옆 경찰서'다. 이 역시 SBS의 기대작 중 하나다. 마치 SBS가 '천원짜리 변호사'를 어서 정리하고 이 새로운 비장의 카드를 꺼내고 싶은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SBS의 악수가 '천원짜리 변호사'에게 악수가 될지, 호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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