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튀기는 튀르키예...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승인 '저울질'

입력
2022.11.07 19:00
17면
지난달 취임 스웨덴 총리 '나토 가입' 최우선 대응
나토까지 직접 참전한 설득전... "이젠 받아줄 때"
'해줄 듯, 안 해줄 듯' 튀르키예 결단에 관심 집중

스웨덴과 핀란드가 튀르키예(터키)에 쩔쩔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란 두 나라는 수십 년간 사수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문을 두드렸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 전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 튀르키예가 유일하게 거부하면서 6개월째 입장 대기 중이다.

나토 가입 승인권을 손에 쥔 튀르키예는 높아진 몸값을 적극 활용하며 여러 요구들을 내놓고 있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레제프 타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직접 담판을 짓겠다며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로 날아갔다.


"튀르키예 설득" 스웨덴·핀란드 의기투합

8일 열리는 스웨덴∙튀르키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다. 지난달 취임한 우파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전임 좌파 정권의 정책을 잇달아 폐기하고 있지만, 나토 가입에는 더 속도를 내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튀르키예와 함께 '가입 승인 반대'를 외쳐 온 헝가리가 마음을 바꾸면서 스웨덴·핀란드가 더 다급해졌다. 헝가리는 나토 가입 최종 절차 격인 의회 비준을 올해 안에 완료하겠다고 최근 약속했는데, 스웨덴과 핀란드는 헝가리가 변심하기 전에 튀르키예를 설득하고 싶어 한다. 나토 회원국 중 튀르키예, 헝가리만 비준 절차를 밟지 않았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올해 5월 나란히 가입 신청을 한 데 이어 전략도 함께 짜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 후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스웨덴과) 손잡고 나토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줄까? 말까?" 튀르키예… 더 절박한 스웨덴

튀르키예는 스웨덴과 핀란드의 애를 태우고 있다. 4월엔 나토 가입을 승인해줄 기세였지만, 두 나라가 가입 신청서를 내자 돌변했다. 튀르키예가 테러단체에 가까운 분리독립 세력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시리아의 쿠르드민병대(YPG)를 스웨덴과 핀란드가 옹호한다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관련자 신병을 인도하고, 두 단체를 엄격하게 단속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튀르키예는 다소 누그러졌다. 그러나 "두 나라가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다. 특히 스웨덴을 향해선 "약속 이행 노력조차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에 스웨덴이 더 급해졌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튀르키예 방문을 앞두고 "모든 측면에서 테러리즘 퇴치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르드족과 멀어지겠다"고 '확실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튀르키예는 나토 가입 승인권을 지렛대로 삼아 실리를 챙기려 한다. 튀르키예가 원하지만 미국은 미온적인 F-16 전투기 현대화가 대표적이다. 튀르키예가 러시아 눈치를 보는 측면도 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포로 교환과 곡물 수출 협상 등을 조율하며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이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찬성해 러시아의 반감을 사면 튀르키예의 지분이 줄어들 수도 있다.


나토도 직접 설득… 튀르키예 결단에 쏠린 눈

최근 들어 나토 집행부도 튀르키예 설득에 뛰어들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4일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나 "이젠 스웨덴과 핀란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합류하면 나토 회원국들이 지리적으로 러시아를 포위할 수 있고, 전력도 강화된다.

튀르키예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에 대해선 전망이 갈린다. 헝가리마저 마음을 바꾼 상황에서 튀르키예가 끝까지 반대하긴 부담스러운 데다, 스웨덴 새 정부가 저자세라 협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전망이 있다. 그러나 튀르키예 대선과 총선이 내년 6월이라 대형 외교 이슈를 붙들고 국내 정치에 활용하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이 같은 외교전을 지켜본 유럽의 다른 중립국들은 선을 긋고 있다. 스위스는 중립국 정책을 유지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오스트리아도 몰타, 아일랜드 등 다른 중립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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