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수출한 한국형 원전, '3중 안전판' 달고 가동 초읽기

입력
2022.11.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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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술로 만든 1400MW급 신한울
불가능한 상황까지 상정한 안전 체계
1호기 상업운전·2호기 운영허가 앞둬

"이 발전소의 모든 통신설비는 외부와 완전히 단절돼 있습니다. 혹시 모를 해커의 침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신한울 1·2호기 프로젝트 매니저 유영진 박사)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에 이어 최근 폴란드와 수출 관련 양해각서(MOU)로 국제적 위상을 과시한 한국형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모델명 APR1400)가 경북 울진군에서 본격 가동된다. 상업운전(준공)과 운영 허가를 각각 앞둔 신한울 1호기와 2호기가 주인공이다.

최근 5년 사이 국내에서 새로 가동된 원전은 새울 2호기(2019년 8월 상업운전)가 유일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재검토가 이어졌다가, 윤석열 정부가 원전을 전략산업으로 내세우면서 한국형 원전 건설이 훈풍을 타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서 한국형 원전 건설 순풍

3일 방문한 한울원전은 신한울 1·2호기에 대한 막판 점검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재 한울 1~6호기로 구성된 한울원전은 국내 총 전력의 약 8.5%(8월 기준 462만 메가와트시)를 생산하는 대규모 원전 단지다. 신한울 1·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고리 1~4호기, 신고리 1·2호기)을 넘어 국내 최대 원전 단지로 발돋움하게 된다.

국가 전력 생산의 핵심 기지인 만큼 이곳은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 대통령실, 대법원, 국가정보원 등과 함께 '국가보안시설 가급'으로 분류돼 있어 출입 절차부터 까다롭다. 지문·얼굴을 등록하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제출해야 출입할 수 있다.

기존 한울 1~6호기 옆에 나란히 들어선 신한울 1·2호기는 국내 원전 가운데 가장 발전용량이 높은 1,400메가와트급이다. 한국형 원전으로 불리며 원전 수출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다. 특히 신한울 1·2호기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한 디지털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이 적용돼 있다. MMIS는 원전의 운전상태를 감시 및 제어하고 이상 상태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자로냉각재펌프도 국내 원전 가운데 처음으로 국산화된 설비가 들어갔다.

다중 안전 장치로 만약의 사고 대비

안전 기준은 일본 동일본 대지진 사고 이후 더욱 까다로워졌다. 전력 상실 상황을 대비해 비상디젤발전기가 호기당 2대씩 설치됐고, 이마저 고장 날 경우를 대비해 이동형 발전기를 통한 외부 전원 공급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도 비상시 건물 외부에서 냉각수를 직접 주입할 수 있는 외부주입유로가 설치됐다.

또 격납건물 내부에는 핵연료가 공기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전기 없이 수소를 정화시킬 수 있는 피동촉매형수소재결합기(PAR)가 30대 설치돼 있다. 유영진 박사는 "원전은 사고가 발생하면 즉각 제어봉을 통해 원자로를 중단시키고 지진·해일 및 정전에도 안전하도록 설계됐다"며 "사고를 막기 위한 2중, 3중의 안전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울 1호기는 최종 점검을 거쳐 이달 30일 상업운전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호기는 4일 원자력안전 전문위원회를 시작으로 운영허가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박범수 한울원자력본부 본부장은 "에너지 정책이 바뀌면서 많이 바빠졌지만 바빠도 기분은 좋다"며 "자긍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울진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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