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출발해서 달로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매우 의미 있는 사진을 보내왔다. 바로 달과 지구가 함께 찍힌 '가족사진'이다. 우리나라가 지구의 중력권을 벗어난 곳에서 처음으로 찍은 지구와 달 사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누리에 탑재돼 있는 고해상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인데, 이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에서는 왜 사진이 컬러가 아닌 흑백이냐는 질문과 사진이 그다지 선명하지 않고 흐릿하다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합당한 설명이 있다. 다누리에 탑재돼 있는 카메라는 우리나라가 다음에 보낼 달 착륙선의 착륙 후보지를 찾기 위해서 개발한 장비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목표 지점인 달 상공에서의 촬영거리인 100㎞보다 1만2,000배 이상 떨어진 먼 거리에서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흐릿한 이미지를 얻을 수밖에 없다. 또한 달 표면의 물질 상태가 단순해서 굳이 컬러로 찍지 않더라도 지형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즉, 달의 특수한 환경과 탐사선의 제원 등을 고려해 최적화한 설계라는 뜻이다. 굳이 단순한 달 표면을 촬영하는 데 무거운 컬러 카메라를 가져갈 필요가 없다. 탐사선의 무게가 늘어나면 달까지 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증가한다. 알다시피 다누리는 달까지 가는 데 필요한 연료를 아끼기 위해 4개월 이상의 오랜 시간이 걸리는 탄도형 달 전이 궤도(BLT)를 선택한 바 있다.
달 표면을 정밀하게 찍는 것이 목적인 카메라가 달로 가는 항행 과정에서 지구와 달을 향해서 사진을 찍는 것은 원래 설계 목적에는 맞지 않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지구가 구형이 아니라 평평한 구조라는 '지구 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유사과학 이론 중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다수 믿고 있고, 이와 관련된 학회가 열리는 등 가장 활발하게 다뤄지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 다누리가 보내온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구형의 지구 주위로 달이 공전하는 모습이 아주 잘 보인다. 달과 지구가 함께 보이는 프레임에서 멀리서 찍은 동영상이 있으니 이는 결코 반박할 수 없는 지구 구형설의 증거인 셈이다.
다누리의 또 다른 탑재체인 자기장측정기는 발사 후 약 5시간 뒤, 지구 자기권의 경계면인 자기권계면 관측에 성공했다. 자기권은 지구 내부에서 형성된 자기장에 의해서 생성된 공간으로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태양풍과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해 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지구 자기장과 행성 간 자기장의 경계인 자기권계면을 우리나라 탐사선이 직접 관측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누리가 찍은 지구와 달의 가족사진을 보면서 필자는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이 떠올랐다.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탐사선인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면서 지구를 촬영한 사진을 인류에게 전송했다. 이 사진에서 지구는 0.12 화소에 불과한 작은 점으로 보인다. 이때 보이저와 지구의 거리는 무려 64억㎞였다. 창백한 푸른 점은 보이저가 찍은 이 지구 사진을 부르는 명칭이다. 칼 세이건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 사진이 명백한 의도에서 촬영된 것이며,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했고, 많은 반대가 있었으나 결국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의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의 지구라는 극히 작은 점의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인 지구를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보여준 것이다. 다누리가 이 가족사진을 오마주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