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서울 영등포역에서 무궁화호가 탈선해 34명이 다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월 KTX와 7월 SRT 탈선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5일에는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1명이 작업 중 사망했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네 번째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열차 탈선사고에 직원 사망사고까지 잇따르면서 코레일을 비롯한 철도업계 전반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코레일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2분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 6량(객차 5량, 발전차 1량)이 궤도를 이탈했다. 승객 275명 중 34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20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가 난 열차 객실 내부 사진에는 의자가 심하게 꺾여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중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승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전날 사고 직후부터 이날 0시까지 82개 열차가 20분에서 3시간까지 지연 운행됐다.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이날 첫 차부터 열차 운행이 정상화된 오후 5시 30분까지 228개 열차의 운행이 중단되거나 조정됐다. 하지만 사고 여파로 연쇄 지연이 불가피해, 이날 운행 중지 및 조정된 열차는 8일부터 정상화될 예정이다. 이날 서울역은 평일보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사고 수습이 늦어지면서 이날 오전 용산역과 영등포역 무정차 소식을 듣지 못한 서울지하철 1호선 승객들도 출퇴근길에 어려움을 겪었다. 1호선 구로역과 신도림역 등 환승역을 중심으로 승객이 몰리면서 밀집도가 높아지자, 시민들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떠오른다"는 얘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열차 탈선사고는 올해만 세 번째다. 지난 1월 5일에는 충북 영동터널 인근에서 서울발 부산행 KTX산천 객차 1량이 궤도를 이탈해 7명이 다쳤다. 7월 1일에는 부산발 서울행 SRT 열차가 대전조차장역 인근에서 탈선해 7명이 다쳤다. 대형참사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 KTX와 SRT에 이어 무궁화호까지 열차 종류를 가리지 않고 탈선사고가 발생해, 승객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코레일 사업장 사망사고도 올해 4건이나 발생했다. 5일 오봉역에서는 시멘트 수송용 화물열차 연결·분리 작업을 하던 30대 작업자가 숨졌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대전 차량사업소에서 50대 작업자가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에서 근무 중 끼임 추정 사고로 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3월 사망사고와 관련해 나희승 코레일 사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지난 1월 법 시행 이후 입건된 첫 공공기관장이다. 하지만 7월에는 서울 중랑역 승강장 배수로를 점검하던 작업자가 열차에 부딪혀 사망했고, 지난달에는 서울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 중이던 작업자가 열차에 치여 병원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숨졌다.
잇따른 안전 사고에 지난 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도안전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나 사장은 중대재해 예방과 탈선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했다. 하지만 이틀 뒤 작업장 사망사고가, 사흘 뒤 또다시 탈선사고가 발생해 형식적 보고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인 원희룡 장관은 현지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코레일은 이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