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백신·비행기 팔았지만..."EU 가치 깼다"욕먹는 독일 총리

입력
2022.11.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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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츠 총리 4일 시진핑 회담... 11시간 中 체류
"경제·외교 성과 컸다" 자평에도 비판 더 많아
"독일판 자국 이기주의... EU 통합 저해" 우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 후폭풍이 거세다. 독일과 유럽연합(EU)의 대중국 견제 노선에 균열을 일으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1인 독재 체제에 명분을 준 여행이란 비판이 주를 이룬다. 특히 독일이 EU 핵심 국가인 만큼, 향후 EU의 대중국 전략을 둘러싼 진통도 그만큼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눈치 보며 중국 찾은 숄츠... 23시간 날아 11시간 체류

숄츠 총리는 4일(현지시간) 시진핑 주석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퇴임을 앞둔 리커창 총리도 만났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이었지만, 그의 일정은 시작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숄츠 총리는 "독일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방중 필요성을 설명했지만, "독재국가 중국과의 협력 강화는 위험하다"는 반대가 거셌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직후 중국을 찾는 것을 두고 "'국제사회가 독재를 용인한다'는 신호로 읽힐 것"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위기일수록 대화는 중요하다"며 방중을 강행했다.

'환영받지 못한 일정'이었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그는 중국에 약 11시간 머물렀다. 총 비행시간(약 23시간)의 절반 수준이다. 일정을 짧게 만든 건 '실용 외교'임을 부각하기 위함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중국으로 떠나기 전 "중국과 분리되길 원하지 않지만, 지나치게 의존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中, 비행기 사 주고, 백신에 문 열고... "성과 상당했다" 자평

숄츠 총리는 "성과가 많았다"고 자평했다. 특히 방중 목표를 '경제'에 찍었던 숄츠 총리에게 중국은 '선물'을 두둑이 챙겨줬다. 중국은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자국에서 허용하기로 했다. 자국 내 외국인 한정이긴 하지만, 중국이 외국산 백신에 문을 연 건 처음이다. 민항기 구매를 담당하는 중국항공기재그룹은 "에어버스 140대(약 24조 원 규모)를 구매할 것"이라고 알렸다. '숄츠 총리 방문을 계기로, 미국이 아닌 유럽 항공기를 택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다.

외교적으로도 의미가 없지 않았다. 시 주석은 숄츠 총리와의 대화에서 "핵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간 러시아의 핵 무기 사용 경고를 방관했던 중국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숄츠 총리는 "시 주석의 '핵 무기 사용 반대' 발언만으로도 전체 여행은 가치 있었다"고 강조했다. 숄츠 총리는 중국의 위구르족 인권 탄압 및 대만 위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고 밝혔다.

안에선 "합의 안 된 외교" 바깥선 "독일판 이기주의" 비판↑

그러나 독일뿐 아니라 EU 내에서도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선 독일에서는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한 자유민주당, 녹색당은 "의견 조율 없이 외교를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연정 수립 당시 대중국 의존도를 줄여 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음에도 숄츠 총리가 중국을 찾은 건 약속 위배라고도 본다.

EU 불만도 상당하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EU 전체 가치를 등한시하는 '자국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숄츠 총리가 EU를 대표해 시 주석 체제를 합리화하는 데 활용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실제 숄츠 총리는 시 주석에게 "독일은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원치 않는다"고 했는데, 중국은 이를 특히 부각하며 "EU의 전략적 자주성"이라고 평했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중심 질서에서 탈피하는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숄츠 총리가 이번 회담의 성과로 언급한 대만, 인권 문제 거론도 EU 내에서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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