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 20% 이상 뛴 닭고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고공행진 중인 외식물가에 미칠 악영향이 걱정이다.
6일 AI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국 7곳의 가금농장에서 AI가 발병했다. 지난달 19일 경북 예천군의 종오리농장에서 약 6개월 만에 확인된 후 같은 달 22일 예천 종계농장에 이어 27일 충북 진천군 육용오리농장에서도 AI가 나왔다. 이달 5일에는 충북 청주시 육계농장과 육용오리농장 2곳, 전북 순창군 산란계농장에서 검출됐다.
AI가 번지면서 닭고기·계란 가격에 경고등이 켜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닭고기 도매가가 3,440원(4일 기준)으로 한 달 전 가격(2,809원·10월 5일)보다 22.4% 뛰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사료용 수입곡물 가격이 오른 탓인데, AI 확산으로 살처분이 대거 이뤄질 경우 추가 가격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산란계농장까지 AI가 번진 건 더 우려스럽다. 밀집 사육을 하는 산란계농장은 전염병에 더 취약하다. 피해 규모가 역대 가장 컸던 2016~2017년, AI로 살처분된 가금류 3,787만2,000마리의 절반 이상이 산란계(2,518만 마리)였을 정도다. 당시 전체 산란계의 36%가 살처분되면서 계란 가격은 30개당 1만 원까지 치솟았다. 현재 특란 30개 가격은 5일 기준 6,552원으로 AI가 발생한 지난달 19일(6,470원) 이후 오름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월 6.3%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8월 5.7%, 9월 5.6%로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다 지난달 5.7%로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10월 외식물가 상승률은 8.9%에 달한다.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는 닭고기와 계란 가격 상승이 더 불안한 이유다.
올겨울 AI가 더욱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가축방역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유럽에서 발생한 AI 확진 건수는 전년보다 82.1% 급증했다. AI에 감염된 철새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전국 가금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정황근 중수본부장(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산란계농장에서 AI가 확인된 만큼 산란계 사육 규모가 큰 경기와 충남 등 밀집단지 10곳과 과거 반복적으로 발생한 충남 천안, 경기 이천 등 16개 시·군을 보다 면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