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열린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한국팀 DRX와 초접전 끝에 최종 3대 2로 패한 T1의 주장 페이커(본명 이상혁·26)가 "전반적으로 DRX의 중후반 경기 집중력이 저희보다 뛰어났던 거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페이커는 이날 롤드컵 결승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패인을 묻는 질문에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게임이 많았는데 실수가 몇번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e스포츠 최고 인기 선수인 페이커는 이날 개인 통산 네 번째 롤드컵 우승에 도전했지만, 아깝게 패했다.
페이커는 5년 전 롤드컵 결승에서 삼성 갤럭시에 패한 뒤엔 통한의 눈물을 흘렸지만, 이날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에 대해 "그땐 결과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고 3대 0으로 무참히 패배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엔 모두 열심히 해서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다음엔 더 발전할 거란 믿음이 있기 때문에 눈물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페이커를 제외한 네 명의 T1 선수들은 이번이 첫 롤드컵 결승 패배다. 경기가 끝난 뒤 울음을 터뜨린 케리아(류민석·20)는 "아쉽고, 분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페이커는 '다른 팀원들에게 위로를 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느냐'란 질문에 "한 해 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기 때문에 결승에서 이길 수 있을 만한 저력을 갖고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고생했다'고 진심을 담아 얘기해줬다"며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오히려 준우승으로 훨씬 배울 게 많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패배했지만 많은 걸 갖고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페이커는 이날 경기에서 T1에게 패배를 안긴 DRX의 주장 데프트(김혁규·26)와 서울 마포고 동창이다. 그는 데프트의 우승에 "데프트 선수는 이번에 첫 롤드컵 우승인데 그럴 만한 자격 있는 선수라 생각하고, '굉장히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페이커는 '내년에도 T1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란 질문엔 "정해진 게 아직 없어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