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수리남 속 커피믹스가 뜻밖의 재난 식량이었다니"

입력
2022.11.06 21:00
위기 상황에 '재난 식량'이 된 커피믹스 
나트륨·탄수화물·당류·지방까지 함유
에너지 필요한 노동 현장에서 즐겨 찾아


"생각지도 못한 재난 식량이네."


4일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붕괴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광부 2명이 '커피믹스' 30봉지로 221시간을 버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라인에서는 '커피믹스를 다시 봤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평소 가볍게 즐기는 커피 한잔이, 재난 상황 속 누군가에게는 생명줄로 작용했다는 게 놀랍다는 의견이다.



뭐가 들어있기에…'생존의 키' 된 커피믹스

시중서 팔리는 커피믹스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다. 시장 점유율 80%인 동서식품의 대표 제품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를 보면 1개(12g) 기준 칼로리 50kcal로 나트륨 6mg, 탄수화물 9g, 당류 6g, 지방 1.6g, 포화지방 1.6g이 들어있다. 단백질은 없지만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열량과 영양소는 어느 정도 갖춘 셈이다.

광부들의 주치의인 방종효 경북안동병원 신장내과 과장도 5일 연 병원 브리핑에서 열흘을 버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흘에 걸쳐서 식사 대용으로 커피믹스를 먹은 게 상당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진대사를 자극하는 커피믹스는 일시적 각성 효과로 에너지를 높이기도 해 등산객들이나 노동 현장 노동자들이 즐겨 찾는다. 동서식품이 1976년 처음 선보인 커피믹스도 등산과 낚시 등 야외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시초다. 이후 야근이 잦은 직군이나 일반 사무실로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장 규모는 한때 1조 원대까지 커졌다.

노동 현장에서 커피믹스를 즐기는 광경은 미디어를 통해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세계적 인기를 모은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는 주인공 강인구(하정우)가 수리남에서 사업을 벌이기 위해 현지 군인에게 한국 커피믹스를 선물하는 장면이 담겼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공사 현장, 제조업 공장 등 노동 강도가 높은 현장에서는 아메리카노보다 당 충전을 할 수 있는 커피믹스를 찾는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동서식품 "광부들 생환에 도움 되니 다행"


의외로 건강에 주는 이점도 있다. 7월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커피는 적당히 마시면 우울증 개선, 두통 완화, 운동 능력 개선,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다. 심혈관 질환과 암 등의 위험성도 낮춘다는 분석이다. 다만 위염이나 수면장애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지나치게 마시는 건 삼가야 한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믹스의 효능과 부작용을 두고 여러 의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노골적으로 이를 권장한다던가 하루 섭취량을 제시하는 식의 홍보는 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난 식량 용도로 나온 식품은 아니지만 광부들의 무사귀환에 도움이 됐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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