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에이스, 누가 고개 들까...김광현 vs 안우진 5차전 격돌

입력
2022.11.06 15:11
21면

깜짝 선발투수들의 눈부신 호투에 이제 진짜 에이스들이 응답할 차례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격돌했던 SSG 김광현(34)과 키움 안우진(23)이 6일 만에 다시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SSG와 키움은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로 각각 김광현, 안우진을 6일 예고했다.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펼쳐지는 5차전은 시리즈의 최대 분수령이다. 앞선 1차전에서 김광현과 안우진은 아쉬움을 남겼다. 김광현은 5.2이닝 5피안타 3볼넷 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해 긴 이닝을 버티지 못했고, 실점도 늘었다. 안우진은 손가락 물집이 터져 2.2이닝 2피안타(1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이들의 리턴 매치는 팀의 명운도 걸린 한판이다. 2승2패로 맞선 가운데 치른 10번의 한국시리즈에서 5차전을 이긴 팀은 8차례 우승했다. 확률은 80%다. 1984년 롯데와 1995년 OB를 제외하고 1996년 해태부터 2020년 NC까지 모두 5차전 승리 팀이 마지막에 웃었다.

김광현과 안우진은 동료 선발투수가 깜짝 호투를 펼친 기세를 이어갈 필요도 있다. SSG는 3차전에 오원석(21)이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키움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오원석의 투구를 지켜본 김광현은 “정말 대견하다”며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흐뭇해했다.

키움 역시 4차전에 이승호(23)가 기대 이상의 투구를 했다. 당초 안우진을 4차전 선발로 고려했던 홍원기 키움 감독은 계획이 틀어지자 올해 불펜 요원으로만 뛰었던 이승호를 선발 카드로 냈고, 이승호는 4이닝을 1실점으로 막았다. 덕분에 안우진도 마음의 짐을 덜고 회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 2위를 차지한 김광현과 안우진의 올해 선발 등판은 5차전이 마지막이다. 뒤가 없는 승부다. 우승 반지를 4개나 낀 베테랑 김광현은 “팀을 잘 만나 2000년대, 2010년대, 2020년대 한국시리즈에 모두 등판했다”며 “올해뿐 아니라 은퇴할 때까지 계속 한국시리즈에 나가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광현에게 맞서는 안우진은 ‘핏빛 투혼’을 각오하고 있다. 캐치볼을 무리없이 소화한 안우진은 “1차전을 마친 뒤 치료에 집중해 새 살이 돋은 상태”라며 “손가락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빨리 등판하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다만 그는 “손가락이 잘 버틸지는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 “감독님의 판단에 따라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