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지막이라잖아. 그래서 새벽에 추모하려고 만들어 왔어요. 예쁜 애들이니까 분홍색 꽃이랑 같이 가라고..."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맞은편 환전소 자리. 하루 종일 꽃다발을 만들던 상인 A(56)씨가 5일 밤이 되자 울먹이며 기자에게 추모 리본을 꺼내 보여줬다. 리본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어라, 아들 딸들아 사랑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외갓집 식구가 모두 미국인이라는 A씨는 이태원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이곳에서 살았다. A씨는 "이태원 참사 직후 맞은편 추모 공간을 찾아온 군인, 학생, 노인들에게 꽃을 무료로 나눠줬다"며 "오늘(5일)이 마지막 애도기간이라 새벽 꽃시장에서 리본을 급히 만들어왔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선포한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기간이 이달 5일 종료되면서 6일부터 서울광장 등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도 철거됐다. 서울시는 엿새 동안 서울광장과 25개 자치구 분향소에 11만7,619명이 조문을 다녀갔다고 밝혔다. 녹사평역 광장 분향소가 이달 12일까지 연장 운영될 예정이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형성된 시민 추모공간은 별도로 유지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참사 현장 부근의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처음으로 국화꽃을 놓았다는 B씨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자발적으로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이후 여러 종교·사회단체가 몰려와 혼란을 빚을 것을 우려해 매일 역 주변을 지키며 추모 공간을 정돈했다. 그는 "참사와 관련한 진상 규명 등 모든 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유족 분들이 현장을 다 둘러보지도 못했다"며 "용산구청에서 녹사평역 쪽으로 합치는 걸 제안하기도 했지만 이곳은 시민들 공간으로 오래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원역 추모 공간은 정부 지원 없이 시민들 힘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서준(34)씨는 지난달 31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2,000송이가 넘는 국화를 추모 공간에 기부했다. 이달 4일에는 현장에서 꽃을 직접 손질해 추모하러 온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김씨는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었는데 마지막 인사를 전하지 못한 게 한이 됐다"며 "같은 마음을 가진 시민들을 위로하고 트라우마 극복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5일 저녁엔 참사 희생자 C(25)씨의 어머니와 외삼촌이 사고가 발생한 골목을 찾아와 안타까움을 더했다. 외삼촌 안모씨는 "유실물센터에서 유품을 찾아오는 길"이라며 "아이 이름이 적힌 영수증과 신분증, 지갑이 그대로 있는데 대체 왜 경찰이 방치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C씨의 어머니가 오열하며 자리에 주저앉자 지켜보던 시민들 일부가 어깨를 감싸기도 했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이날 추모 공간을 찾은 윤모(58)씨는 "유족들의 의문과 한이 풀릴 때까지 시민들이 위로하며 현장을 지키고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참사 희생자에 대한 장례 절차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섰다. 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망자 156명 중 내국인 130명에 대한 발인이 모두 끝났다. 외국인 사망자 26명 중 17명이 고국으로 송환됐고 나머지 9명은 송환 대기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