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달 29일 참사 이후 공식석상에서 밝힌 첫 사과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위령법회’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말이 없다”며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겠다”며 “저와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닷새 연속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했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개 사과 메시지를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는 “정말 참담하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고 비통해할 유가족에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1일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희생자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참사 당일 정부의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공개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추모 법회에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해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조계종단에서는 총무원장 진우 스님, 중앙종회의장 정문 스님, 호계원장 보광 스님, 포교원장 범해 스님 등을 비롯해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교역직, 전국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덕문 스님, 주요사찰 주지 및 신도임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다른 종교계 추모 행사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