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혁신지수 세계 5위지만 갈 길은 멀다

입력
2022.11.06 20:00
25면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는 어디일까?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는 ‘2022 글로벌 혁신지수(Global Innovation Index)’ 평가 결과, 한국이 세계 6위(2021년 5위)이며, 아시아 국가 중 1위라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정말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런데 2021년 2월 초에도 블룸버그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들(the most innovative countries)' 중 1위로 한국을 선정했고, 2009년 보스턴컨설팅의 국제혁신지수(The International Innovation Index)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었다. 일반적인 통념으로는 미국이 세계 1위일 것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대한민국이 혁신지수 세계 1위 또는 5, 6위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평가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고 오차가 있을 것이지만 이런 결과는 놀랍고도 자랑스럽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은 매우 역동적인 기술혁신 강국으로 변모해 오면서 혁신적인 국가의 대열에 끼고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세대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밤낮없이 그리고 눈코 뜰 새 없이 공부하고 일하며 더 좋게 잘 만들어 수출하고, 수입 대체 국산화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첨단 신기술 개발과 하이테크 벤처창업을 하는 등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을 발휘한 결과다. 또 젊은 청년세대들이 합리주의와 개인의 자아실현 가치를 추구하며 독특한 한류 문화콘텐츠 혁신을 통해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우리 모두의 성취인 것이다.

글로벌 혁신지수 평가 세계 1위를 하는 데 있어 그 중심에는 당연히 한국 기업들이 있다. 2022년 현재 기술특허권 보유 세계 2위 기업은 세계 최초로 256 MD램 개발과 양산에 성공한 한국기업이다. 또한 MP3 기술이나 인터넷 전화통신 기술 등 획기적인 디지털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도 한국 벤처기업이며, 몇몇 한국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통신, 전기전자, 에너지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그룹에 포진해 있다.

혁신 순위를 국가별로 평가할 만큼 오늘날 전 세계는 ‘혁신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혁신이 미래의 번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세계 선진국들은 혁신을 국가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과제로 여기고 있다. 'IFI클레임스'(IFI CLAIMS)에 따르면 28년째 가장 많은 특허 취득을 하고 있는, 세계에서 혁신적인 기업 1위는 미국 기업 IBM이다. 또 WIPO에 따르면 가상·증강현실, 5G, 사물인터넷(IoT) 같은 미래 첨단 신기술 분야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하고 있는 기업은 중국 화웨이다. 화웨이는 2017년~2020년까지 4년 연속 특허 등록 건수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은 혁신의 힘으로 선진국을 향해 부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많이 남아 있고, 그래서 쉴 겨를이 없을 것 같다. 최고의 위치에 도달했다고 나태해지거나 방심하면 금방 뒤처지는 것은 너무 쉽다. 한국 기업들은 강한 위기의식으로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