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명의 인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 발생 당일 정부 보고체계의 문제가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인파 밀집 사고에 대한 사전 대비가 안이했던 것은 물론 사고 이후의 보고ㆍ지휘체계는 기본도 갖춰지지 않았다. 경찰 지휘부의 사태 파악 및 지시가 좀 더 신속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에서 ‘늑장 보고’가 이뤄진 경위, 유관 부처 간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원인이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밤 정부 내 보고체계는 거꾸로 작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사 46분 만에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고, 55분 만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상황을 파악했다. 정작 서울 치안의 총책임자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경찰 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각각 참사 발생 1시간 21분, 1시간 59분이 지나서야 참사 상황을 인지했다. 치안 유지의 최일선인 경찰 보고체계의 허점이 이번 사태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경찰 최고 지휘부가 상황을 인지한 시간에 이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언론매체에는 ‘핼러윈 인파가 몰린 이태원 일대에서 수십 명의 호흡곤란 신고가 들어왔다’는 내용이 전파되고 있었다. 이런 마당에 참사 5분 뒤 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목격했을 용산경찰서장이 1시간도 더 지나 상급자에게 보고하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복잡한 지휘체계, 부서별 칸막이가 긴급상황 대처능력을 떨어트리는 것이 아닌지, 경찰 내 보고ㆍ지휘체계에 대한 전면적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국가적 재난ㆍ비상 사태에 대한 유관 기관 간 정보공유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심각하다. 대통령실은 소방청 상황실로부터 내용을 보고받았고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 보고로 정보를 얻었다. 경찰과 소방청, 행안부 등 위기 상황에 협업해야 할 기관들끼리 정보와 상황이 공유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나라라는 말이 나와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